◎①포철·동국 자산인수 정부 특단지원 있어야 가능/②정리계획안 승인 못 얻으면 파산→경매→자신인수로/③채권단 현대 인수에 미련 현대 참여가능성 없지 않아/④장기법정 관리로 회생후 3자매각 가능성 가장 높아경영현장이 급변하고 있다. 이 추세에 맞춰 재계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종합적으로 분석, 전망하는 「시나리오」, 21세기 재계를 이끌어나갈 「차세대경영자」를 찾아가게 된다. 지난 한 주 동안 수없이 쏟아진 말 가운데 반향을 불어일으킨 「언과 어」, 경영현장의 재미있는 얘기를 모은 「5분경영학」등도 고정코너로 마련된다.<편집자주>
한보철강이 부도난지 1년이 다되어 가도록 주인을 찾지 못한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포항제철과 동국제강이 「자산만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채권금융기관들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금융기관들로서는 5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를 고스란히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지연되면서 한보철강의 파산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한보는 어디로 갈까.
▲시나리오1(포철과 동국의 자산인수)=포철과 동국은 한보철강의 자산을 2조원 이상으로는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들도 2조원 이하는 안된다며 맞서고 있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기아의 경우 5천여 협력업체들이 연쇄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가 개입했지만 한보는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자산인수 방식의 협상은 오랜기간 줄다리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보처리에 적극적으로 참여, 협상의 걸림돌을 제거해준다면 3자인수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보 관계자는 『정부가 채권금융기관에 특별상각을 인정해주는 등 지원을 해야만 자산인수가 가능하다』며 정부개입을 촉구했다.
▲시나리오2(파산후 경매 통한 자산인수)=한보철강 법정관리인단은 오는 12월 15일까지 회사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이 이를 승인해야 법정관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리계획안 제출전에 채권금융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 관리인단은 이자감면과 원금상환기간 연장 등 파격적인 금융지원을 계획안에 담을 예정인데 금융기관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된다. 정리계획안이 법원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한보는 파산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조세채권과 부동산담보채권 등의 순서로 채권행사가 진행되며 경매로 이어진다. 이 경우 관심있는 업체들은 부채 부담없이 싼가격에 자산만을 인수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산인수가 이뤄지는 셈이다.
▲시나리오3(현대의 인수)=채권금융기관들은 아직까지도 현대그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숙원이 제철사업인 만큼 포철동국 컨소시엄에 비해 유리한 조건에 한보를 매각할 수 있다는 계산. 물론 현대의 공식입장은 『한보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고로사업진출을 반대하고 있는 정부를 설득해 고로사업과 한보인수를 연계시킬 경우 현대를 협상무대로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채권금융단의 시각이다. 현대 역시 적정한 가격만 보장된다면 한보인수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4(3자인수 연기법정관리 장기화)=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대안이다. 채권금융단이 포철동국의 인수제의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대 역시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이상 3자인수보다는 장기간 법정관리를 통해 한보를 회생시킨 뒤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업계관계자들도 『한보철강의 해법이 이번 정권에서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신속한 한보처리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금융공황의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기업 처리를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새정부는 「한보숙제」를 안게될 것으로 보인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