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ㆍ영 연합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함으로써 이라크 전쟁은 이제 절정을 넘어서 `정리`의 단계로 접어드는 듯 하다. 2주전까지만 해도 이라크 전쟁 장기화에 대한 비관론이 고조됐음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전황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전쟁 초기의 예상대로 이라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조짐이 보이는 이상 이제부터는 전쟁 이후의 세계경제에 대해 고민할 차례다.
전쟁 시작 전에 대부분의 경제분석가들은 단기전일 경우 석유가격의 안정과 전쟁승리에 따른 승전 분위기를 타고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전쟁이 막상 시작된 후에는 이런 낙관론은 자취를 감추고 비관론이 새롭게 득세하고 있다. 전통적인 비관론자 모건스탠리는 물론 메릴린치와 CSFB 등 유수한 투자은행은 전쟁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ㆍ11 테러 이후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사례를 생각해 보더라도, 전쟁의 승리는 경제전반에 새로운 회복의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
물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강력한 금리인하와 `애국적 소비`가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2001년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효과가 `복수심의 충족`이라는 심리적 효과에 집중됐다면 이라크 전쟁은 심리적 효과 이외에 만만찮은 실익을 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전략문제 연구소(CSIS)가 제출했던 이라크 전쟁 시나리오 분석을 살펴보면, 이번 전쟁 승리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먼저 4~6주 이내에 전쟁이 종결되며 이라크의 석유생산 시설이 타격을 받지 않는 최고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미국경제는 전쟁을 치르지 않았을 때에 비해 약 0.5%의 성장률 상승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CSIS가 이런 낙관론을 제기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때문이다. 먼저 이라크의 원유매장량은 확인된 것만 1,120억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제 2위이며, 이라크의 석유생산에 대한 규제가 풀릴 경우 1년 이내 하루 300만 배럴, 그리고 10년 후에 600만 배럴까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막대한 석유생산량의 증대는 국제유가를 중장기적으로 안정시키고,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가인 미국경제의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 것은 물론 가계의 구매력을 크게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전쟁 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 재정적자의 위험을 낮출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전쟁 전 미 하원의 예산위원회는 최대 480억 달러의 전쟁비용을 예상했으며, 의회 예산국 역시 주둔비용까지 감안할 때 660억 달러 수준의 전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이라크의 석유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지 않음으로써 올 연말부터 석유생산을 통해 전쟁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도 예상보다 빨리 축소될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금리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의 하락을 계기로 소비자물가의 안정이 기대될 뿐만 아니라, FRB의 금리인하 여력이 확대되는 것도 경제의 회복 활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CSIS의 예상처럼 모든 일이 제대로 척척 맞아 떨어질 지의 여부는 아직 불분명한 게 사실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겠지만,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현실을 설명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쟁의 조기 종결이 `경기회복`을 자동적으로 가져오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미국경제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앞날은 어둡지 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최대의 걸림돌이 제거된 데다, 유가 안정이라는 덤까지 받게 된 이상 화끈한 주가상승까지는 기대하기 어려워도 하방 경직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