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통계와 거짓말

[로터리] 통계와 거짓말 김대유 통계청장 통계하면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거짓말에는 세 가지가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lies, damned lies, and statistics)"가 그것이다. 흔히 벤자민 디즈레일리가 말했다고 알려진 이 말을 경구로 받아들이면 통계는 설득력이 크기 때문에 비록 정확한 통계라 하더라도 왜곡된 주장을 지지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통계가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나는 기관이 통계청이다. 통계청은 하루도 신문에서 인용되지 않는 날이 없다. 공사를 막론하고 이래저래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일이 많은 요즈음 국가 기본 통계만큼 설득력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으로서는 돈 안들이고 홍보를 하기 때문에 더 좋은 일이다. 그러나 통계의 설득력 때문에 통계청이 늘 신나는 것만은 아니다. 주로 통계를 잘못 활용해 일어나는 시비지만 종국에는 통계 자체의 정확성 여부에 대한 의심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고 책임성 여부를 떠나 일단 중앙통계기관인 통계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쉽기 때문이다. 통계의 활용과 관련해 일어나는 시비 중 많은 것들이 이용자들이 통계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얼마 전에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력실태조사의 예를 보자. 통계청의 조사결과를 인용, 언론들이 "1년 내내 취업한 근로자가 2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고 보도해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15세 이상 인구 전체(3,844만8,000명)에 대한 12개월 취업자(1,767만4,000명) 비중 46.0%를 인용한 것. 15세 이상 인구에는 일할 의사가 없는 중ㆍ고등학생, 대학생, 주부 등 모든 비경제활동인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취업자 비중이라는 통계가 무의미하게 되고 낮아질 수밖에 없다. 1년 내내 일한 사람의 비중이 의미를 가지려면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경험이 있는 사람(2,582만명)에 대한 12개월 취업자의 비중을 보는 것이 적절하며 이 기준으로 보면 12개월 취업자 비중은 68.5%로 10명 중 7명 정도가 1년 내내 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의 인력실태조사와 유사한 호주의 '취업경험자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지난 2005년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경험이 있는 사람에 대한 1년 내내 일한 사람의 비중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68.2%로 나타났다. 그러면 왜 이런 무의미한 수치를 굳이 썼을까. 그것은 최근 어려운 고용실태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와 거짓말은 모두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통계의 설득력은 사실을 밝히는 데 있고, 거짓말은 사실을 감추거나 과장하는 데 있다. 입력시간 : 2007/03/0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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