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5일] 경제위기 넘는 '희생과 리더십'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상에 취임한 윈스턴 처칠이 영국 의회에서 '나는 피ㆍ수고ㆍ눈물, 그리고 땀밖에 드릴 것이 없다'고 했던 연설은 지금도 명연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연설을 통해 전쟁에서 이기고 승리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수고와 희생이라는 점을 영국 국민에게 설파했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도 사실 희생과 그 희생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다. 뼈깎는 노력으로 국가빚 줄여야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지금,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경제불안은 장기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떤 질병이든 근본 원인이 치료돼야 하는 것처럼 그리스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유럽의 경제위기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리스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과도한 국가부채를 문제로 지적한다. 바꿔 이야기하면 그리스를 비롯해서 유럽 각국의 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현재의 국제적 불안요인이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빚은 결국 자신의 능력에 비해 많은 돈을 끌어다 쓴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그 해결은 역시 자신의 능력에 맞게 지출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든, 개인이든, 기업이든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빚에 시달리며 많은 국가들이 위기에 빠진 역사적 경험은 이러한 해결책을 현실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보여준다. 사실 우리도 정부부채는 아니지만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채 때문에 이미 지난 1997년에 위기를 경험했고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사한 상황에 가까이 가기도 했다. 당시 우리의 문제는 금융기관부채의 만기구조 불일치와 과도한 기업부채였다.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단기외채를 들여다가 장기로 대출해주고 있었다. 일부 기업은 능력 이상의 차입에 의존해 규모를 키우는 데 몰두했다. 그 상황에서 발생한 국제금융위기는 해외투자가들의 자금 회수로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의 금융기관과 기업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그리스의 대응이 지닌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 중 하나는 통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것이었다.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나라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을 줄인 것이다.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가난해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내핍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국민들이 삶의 질을 낮추며 희생한 것이다. 하지만 자국 통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그리스는 현재의 유로체제에서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만드는 내핍이 불가능하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국민들의 실질임금을 직접 삭감하는 방법이 있다. 결국 그 나라의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간접적으로 실질임금을 줄일 수 있는 국가들과 달리 그리스는 직접 실질임금을 삭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통화 가치가 떨어져서 국민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핍생활로 희생하는 것과 국민들의 복지를 직접 삭감하고 실질임금을 깎으면서 명시적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그 정치적 저항의 차이가 매우 크다. 자국 통화를 가지고 있지 못한 국가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장기전 대비 리더 역할 중요 그 문제를 자국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남은 방법은 다른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독일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물론 유로체제의 유지를 원하는 독일이 단기적으로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독일 역시 자국민에게 부담을 주면서 다른 국가들을 돕는 것을 언제까지고 지속할 수는 없다. 결국은 그리스 정부와 국민이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희생과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이러한 희생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으므로 결국은 장기전에 임하는 인내와 의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고통이기에 한편으로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그 희생과 수고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장기전에 대비하는 리더의 몫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