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이 줄기세포 연구·원천기술 세계 중심국으로

'줄기세포 세계은행' 한국에 설립추진<br>황교수팀 연구에 큰힘 될듯…지재권 보호 전담팀 운영도

황우석 교수는 25일 서울 순화동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회의실에서 열린 ‘황우석교수연구지원 종합대책회의’를 마친 후 “국내에 줄기세포 세계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흥수기자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줄기세포 워크숍’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줄기세포 세계은행까지 설립되면 한국은 사실상 국제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국이자 원천기술 공급국 역할을 하게 된다.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지난주 난치병 치료가 가능한 맞춤형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했다고 발표한 후 줄기세포 분야에서 한국의 지위가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전반적인 줄기세포 연구개발 국가능력에서 한국은 아직 미국 등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이지만 배아 줄기세포 배양이라는 핵심기술이 우리나라 연구자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은 이미 전세계 연구진을 대상으로 한 배아 줄기세포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은행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미국도 국립보건원(NIH)에서 인간배아 줄기세포은행을 개설해 6개국 연구팀에서 받은 78개의 배아 줄기세포를 보관하고 있다. 황 교수가 이처럼 미국과 영국이 줄기세포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줄기세포 세계은행’을 한국에 세우겠다고 말한 것은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로 볼 때 한국의 연구팀이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우석 연구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타인에게 이식되는 골수의 경우 조직적합성항원(HLA)이 60%만 맞아도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줄기세포도 은행식으로 운영될 때 이식률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기술이 먼저 상용화되고 이 같은 개념의 은행이 설립된다면 한국은 줄기세포 치료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 박세필 리아생명공학연구소 소장은 “이미 국내 줄기세포 연구역량이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만큼 세계 줄기세포은행 건립도 이런 차원에서 추진해볼 만하다”면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 연구결과 발표로 한국의 지위가 어느 정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다”며 “이제는 우리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나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과는 줄기세포은행을 건립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과학자들의 입장과는 달리 국제적으로 정부 차원의 논의는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우리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지원 의지와는 달리 미국정부의 반응은 여전히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이 차세대 생명기술(BT)을 우리나라에 순순히 내놓을지도 아직은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정부가 이날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적재산권 보호 전담팀을 구성, 운영하기로 한 것은 해당 연구 프로젝트의 상업적 성공 여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대한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해 연구성과의 특허비용 부담을 놓고 정부와 서울대간에 발생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어서 앞으로 황 교수팀의 연구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적 연구성과를 낸 다른 과학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황 교수처럼 세계적 연구성과를 낸 과학자에 대해 정부가 지원팀을 구성한 것은 아주 다행스런 일”이라며 “하지만 국내에서 세계적 연구성과를 내는 과학자가 또 나올 수도 있는 만큼 황 교수뿐만 아니라 과학계 전반의 지적재산권 지원문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최수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