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9월 18일] 글로벌 IB에 대한 짝사랑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ㆍ금융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따라간다고 하는데 과연 이게 옳은 일일까요?” 유력 외국계 증권사의 서울지점장을 지낸 A씨는 얼마 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 유명 IB가 무조건 따라가야 할 정도(正道)는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이름을 떨치고 있는 미국의 IB들도 내부적인 문제는 있고 그들이 IB에 중점을 두게 된 것도 수익성 둔화에 따라 살길을 찾아나선 것이지 처음부터 IB를 목표로 단계를 밟아왔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국내 증권ㆍ금융사가 무조건 따라가야 할 ‘바이블’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조언이었다. 비록 무산되기는 했지만 얼마 전까지 뜨꺼운 이슈였던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찬성하던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기만 하면 단번에 ‘글로벌 수준’의 IB로 거듭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머지않아 국내에도 글로벌 IB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현 상황을 돌이켜보면 A씨의 조언은 적중했다. 158년 전통의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과도한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인한 손실로 간판을 내리게 됐다. 국내 증시에서는 리먼브러더스가 투자한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 폭탄’을 맞았다. 만약 산은이 예정대로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산은이 리먼브러더스에 대규모 유동성을 지급하거나 부도에 직면, 신뢰성을 잃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B의 몰락’을 접한 국내 증권사 IB담당 임원들은 나름대로의 교훈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IB담당 전무는 “균형 있는 시장전략을 가지고 신중하게 밸런스를 갖추는 데 주력해야겠다”고 말했고 중견 증권사 IB본부장도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리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정보교환 채널 확보차원에서 해외 IB 인수는 꼭 필요하다”며 “해외 IB 인수 검토는 계속 진행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아직 글로벌 IB 인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듯하다. 물론 그의 말처럼 정보의 중심에 진출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되새김질하면서 조금 더 신중한 판단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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