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약 남발과 후유증.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과연 없을까. 전문가들은 허위ㆍ과장 공약을 막으려면 공약마다 소요되는 비용 및 재원 조달 방안을 명시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공약에 가격표를 달아주자는 얘기다. 가격표가 합리적인지를 시민단체ㆍ전문가ㆍ언론이 검증하고 유권자들이 비싸도 필요한 공약인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발되는 공약은 가격표 없는 메뉴판과 같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공약별로 소요 재원을 제시하고 이를 세금을 늘려 마련할 것인지, 다른 분야 예산을 삭감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국책사업의 경제성이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꼼꼼히 따지는 것도 필수적"이라는 말도 붙였다.
전문가들은 특히 다음 대선에서 최대 화두가 될 복지와 관련해서는 어느 공약보다도 예산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복지는 절대 공짜가 아닌데도 '무상급식'과 같이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며 "복지 공약의 경우 소요예산ㆍ실현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후보 측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허위ㆍ과장 공약에 '낚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약의 범위와 출처를 명확히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유권자들을 가장 허탈하게 했던 해프닝 중 하나가'반값 등록금' 공약 논란이었다.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제시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본인의 공약은 아니었다며 추진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았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후보자가 말한 공약과 당이 제시한 공약을 구분하고 일차적으로 후보의 공약에 대한 정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약집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 허언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왔다. 또 실행과정의 문제 때문에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 대통령과 당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도 선거과정에서 따져 물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의 검증과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정부산하기관이나 연구소와 같은 기관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공약을 검증하기 어려운 만큼 시민단체와 언론의 공약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것. 강 교수는 "시만단체나 언론이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규모 '공약검증단'을 구성해 공약을 사회적으로 밀착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