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MP3플레이어 수출을 시작한 올해초 삼성은 8만대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 연말에 가서는 수출이 5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처음 예상치의 6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MP3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디어서비스사업팀 한상기부장은 내년에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국내 인터넷인구는 300만명에 불과합니다. MP3의 특성상 국내 인터넷인구가 최소 1,000만명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보장됩니다. 플레이어산업이 수출위주로 일어나고 있는것은 이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오히려 주목하는 것은 MP3로 인해 급속히 영역을 확대해가는 디지털바람이다. 오디오, 뮤직비디오, 사진, 전자책, 만화, 어학용테이프까지 이미 디지털의 입김이 미치고 있다. 가격이 싸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MP3는 디지털 시대를 여는 선단제품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MP3겸용 휴대폰은 디지털 영역확대의 작은 보기에 불과하다. 이런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한 탓에 MP3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삼성전자 직원만 40여명을 넘어선다.
플레이어제조에 뛰어드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가격도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삼성은 소프트웨어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가장 많은 과실은 컨덴츠(CONTENTS)사업자가 쥐게 되리라는 전망에서다. 그러나 이 부문은 앞으로 최소한 3년이상 적자를 볼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웬만한 자본력을 가진 업체로는 뛰어들기 힘들다. 중소기업들이 플레이어기기 생산에 몰두해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을때 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컨텐츠부문을 미리 장악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의 저작권과 관련한 논란은 아쉽다. 업계의 협의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한 미국이 관련산업 발전을 위한 터를 마련했다면 MP3의 종주국이라 자처하는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관계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통일된 안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산업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지적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을 중심으로 MP3 관련업계가 모여 콘소시엄을 구성, 표준화 작업에 나서는 것도 아직 늦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정맹호기자MHJE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