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혼돈으로부터의 자유

[데스크 칼럼] 혼돈으로부터의 자유 남문현 moonhn@sed.co.kr 지난 1929년 10월24일 뉴욕주식거래소 주가가 대폭락한 데서 발단이 된 대공황은 10여년간 이어지면서 미국뿐 아니라 사실상 전세계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뉴욕 주지사였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H.후버 대통령을 누르고 32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공약이었던 뉴딜정책을 펼쳐나갔다. 대규모 댐 건설 등 토목공사,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었던 시장경제를 정부가 직접 주도하면서 경기활성화 정책을 편 것이다. 당선 후 루스벨트는 특별의회를 소집, 100일 동안 ‘백일의회’라고 불리는 특별회기를 통해 불황극복 대책을 입법화하고 강력 추진했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도 뉴딜 논란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 진행양상은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됐던 ‘루스벨트 방식’과 전혀 딴판이다. 黨·政 엇박자에 기업 혼란만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제안한 뉴딜은 대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인 출자총액제 해제, 수도권 규제 완하 등을 해줄 테니 기업들은 투자에 적극 나서달라는 취지다. 이는 많은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주목과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9일 마무리된 열린우리당과 경제5단체의 릴레이 정책간담회 결과를 놓고 보면 현재까지는 실망스럽다. 여당과 경제계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9개 항목으로 이뤄진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세부 실행 계획이나 구체적인 일정이 없어 선언적 의미만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청와대ㆍ정부 측과의 공동보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껏 드러난 상황들은 혼란만을 야기하고 있다. 즉 출총제 폐지 등과 관련, 관계 부처인 공정위ㆍ재경부 등과 전혀 협의도 안된 상태서 김 의장의 일방적 주장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김 의장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기업순환출자 규제 강화 방침을 밝혀 재계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모순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뉴딜에 대해 ‘친재벌적 정책’ ‘대선 행보’라며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김 의장의 뉴딜정책과 관련 “추진과정에서 나와 정부하고 협의를 했느냐”며 강한 반대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친기업적 정책인 뉴딜은 참여정부의 기본철학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인식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들은 참여정부ㆍ열린우리당이 또 다시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재계의 한 인사는 “뉴딜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지만 실질적인 방안도 없이 불쑥 내놓은 것은 자칫 또 다른 파퓰리즘적 정치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며 “제대로 될지 두고 볼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불일치 내지는 모순된 행위들은 또다시 기업과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그동안 각종 정책수립, 집행과 관련 수많은 비생산적 혼란을 야기해왔다.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지역균형발전, 분배 중심 등의 과도한 평등정책을 고수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또 원칙 없는 노사문제 처리 등으로 ‘반기업 정서’까지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유경쟁을 상징하는 자유무역협정(FTA), 특히 한미 FTA는 최소한의 국민적 여론수렴이나 협상과정에서의 적절한 정보공개도 없이 성급히 추진하는 ‘과감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책수립·집행 충분한 협의를 개인 파산 신청자가 올 상반기 현재 4만9,5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고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0.8% 증가에 그치는 등 각종 경기지표들은 빨간불이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서민들은 갈수록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인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경기 순환기적 일시적 현상’ 정도로 가볍게 치부,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국민과 기업들을 더 이상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된다. 뉴딜정책을 발판으로 세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루스벨트는 1941년 의회에 보낸 연두교서를 통해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등 4가지 자유를 주창하며 강력한 미국과 세계의 민주화 구현에 본격 나섰다. 뚜렷한 정체성과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지금 뉴딜에 앞서 ‘혼돈으로부터의 자유’가 간절히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06/08/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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