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핵심인사 겨냥한듯…허찔린 삼성

계열사 아닌 핵심인사 겨냥 '증거확보' 주력<br>경영권 승계·비자금 의혹 수사 정조준할듯<br>압수물 적어 자료 대거 폐기됐을 가능성도

삼성 특검팀 관계자가 14일 이건희 회장의 직무실인 승지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원유헌기자


핵심인사 겨냥한듯…허찔린 삼성 임직원 주거지 우선 공략 '증거확보' 나서경영권 승계·비자금 의혹 수사 정조준할듯구조본·삼성중공업 등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삼성 특검팀 관계자가 14일 이건희 회장의 직무실인 승지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온 뒤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원유헌기자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첫 행보는 삼성의 '허'를 찌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특검 출범 4일 만이다. 그동안 특검 안팎에서는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성물산ㆍ삼성중공업 등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온 핵심 계열사나 이건희 삼성 회장의 또 다른 집무실이 있는 삼성전자 본사 28층 등이 예상돼왔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날 예상을 뒤엎고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 핵심 임직원의 자택 등으로 칼을 겨눴다. ◇계열사보다 핵심 임직원 압수수색=특검이 첫 압수수색 대상으로 이 회장의 집무실과 핵심 임직원들의 주거지를 선택한 것은 계열사 압수수색을 통한 상징성보다는 증거확보라는 실효성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미 회사 내에 보관된 각종 증거들은 인멸됐을 가능성이 높고 삼성 측이 중요 기밀자료를 특정 계열사에 보관했을 개연성도 낮다는 판단에 따라 그룹 내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했을 만한 인물들의 주거지를 우선 공략한 셈이다. 회사를 무조건 덮치기보다는 우선 그룹 내 기밀사항을 다뤘을 만한 인물들의 활동공간을 찾아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직원들의 e메일을 자동 삭제하도록 지시하는 등 오래 전부터 수사에 대비, 압수수색을 하더라도 건질 게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혹이 워낙 방대하고 관련 계열사도 분산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류봉투, 컴퓨터 파일 주목=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노란 서류봉투 2개와 노트북 가방 2개, 기타 장비를 담는 것으로 보이는 중간 크기의 가방 1개 등을 압수했다. 이학수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의 도곡동 자택을 압수수색한 다른 수사진도 주로 서류가방이나 서류봉투를 들고 복귀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여느 기업 압수수색 때처럼 박스떼기로 압수물을 챙겨온 것에 비해서는 확연히 적은 물량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이미 철저히 대비해 특검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그러나 윤정석 특검보는 "압수수색 물품은 주로 문서 등 서류, 컴퓨터 관련 내용물 등이며 언론이 통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로 보면 된다"면서 "기업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듯이 '박스떼기'로 들고 오는 것과는 좀 다르다고도 할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특검과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에서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ㆍ관리, 경영권 불법 승계, 정ㆍ관계 로비 등에 관한 각종 서류와 컴퓨터에서 삭제된 파일을 복구한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특검보는 "아직 압수수색의 성과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며 "압수물을 꼼꼼히 분석해보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부터 압수물을 분석하고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계자 소환 등 후속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추가 압수수색 가능성도=특검이 이날 압수수색한 핵심 임직원들은 그룹 차원의 불법 비자금 조성ㆍ관리와 경영권 승계, 정ㆍ관계 로비 등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운영 전반을 가장 잘 아는 인사들이다. 특검이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정ㆍ관계 떡값 살포 의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밝혀줄 '물증'을 확보할 경우 수사는 급진전될 수 있다. 그룹 내 중요 인물들이 비밀에 부쳐 진행하던 의사결정 내용들에 관한 정보가 입수된다면 그동안 미뤄왔던 회사들에 대한 보다 정밀한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을 비롯해 그룹 수뇌부가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압수물 분석 성과에 따라서는 이들의 전격 소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은 이날 압수자료 분석을 토대로 이번주부터는 관련자들을 줄줄이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있는 본관이나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등 비자금 및 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된 핵심 계열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입력시간 : 2008/01/1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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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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