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싱글족, 싱글마케팅

기업들이 상품을 곳곳에 알리고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의 우선 순위로 꼽는 것은 타깃을 설정하는 일이다. 나이ㆍ직업ㆍ성별 등 특정 타깃층을 겨냥한 상품만이 이른바 대박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2006년 2월 현재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타깃 마케팅의 ‘타깃’은 무엇일까. 정답은 홀로 삶을 살아가는 ‘싱글족’(singles)이다. 싱글족들이 최근 들어 슈퍼 소비자(Super Consumer)로 부상하고 있다. 몇 년 전만해도 한살이라도 젊을 때 결혼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루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결혼부터 하고 보자는 사람은 줄고 있는 대신 자기의 삶을 개척하며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20~30대의 젊은 싱글은 100만명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구매행태를 대변하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의 조합어인 ‘매스티지’. 세탁기에 식기세척기까지 갖춰진 빌트인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살면서 아침에 과일샐러드를 배달시켜 먹고 주말이면 레저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들의 삶의 행태가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젊은 싱글족들의 소비력은 막강하다.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자립해 있으며 가족을 부양하는 데 돈을 덜 쓴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대체로 자기계발이나 여가활동 등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면 구매 욕구도 높다. 요즘 등장하는 상품들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인용 전자제품ㆍ가구ㆍ집기 등은 이미 대중화됐다. 아이디어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커피포트를 개조해 만든 ‘라면포트’ 같은 상품은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만 매달 2,000여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다. 대형마트에서조차도 소포장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이 싸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만큼 적당히’ 사는 문화로 바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외식업체들까지 이들을 타깃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식당마다 1인용 테이블을 늘리고 있는 것. 가장 피부에 다가오는 변화다. 과거에는 혼자 식당에 들어가면 뭔가 어색해 보이고 때로는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당당하다. 혼자 삼겹살ㆍ곱창까지 즐긴다.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소주 한잔과 더불어 서로 정(情)을 담아서 즐겨야 하는 먹거리들조차도 이제 당당히 혼자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싱글족의 확산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왜곡된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가족의 해체와 이에 따른 사회분열을 경고하고 있다. 서구사회는 오랜 기간 동안 합리적인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다르다. 가족을 기본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면서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끈끈한 정이 발전의 토대였다. 싱글족의 확산은 이를 부정하는 사회현상이다. 결혼은 늦추고 이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의 결과다. 대학가의 하숙집들이 불황이라는 얘기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학 시절부터 원룸의 독립된 공간에서 컴퓨터와 더불어 혼자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보다는 과거의 생활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여기에 자식 한명도 부담스러워 하는 부부, 배우자를 짐으로 여기는 독신주의자, 그리고 주말이나 돼야 만날 수 있는 맞벌이 부부가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싱글족의 확산은 결국 저출산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노령화, 노동력 부족, 국민연금의 부실 등은 우리 사회의 불확실한 미래를 예고한다. 싱글족을 겨냥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이 안타까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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