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대한민국 일류브랜드 대상] 제주 '생각하는 정원'

교목과 분재의 조화… 자연미 물씬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가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분재처럼 보이는 정원이 있다. 이름도 다소 철학적인 '생각하는 정원(思索之苑)'이다. 정원의 옛 이름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분재예술원'이다. 생각하는 정원이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데는 지난 40여년간 정원을 일구고 가꿔온 성범영 원장의 노력이 컸다. 1968년부터 제주도 서쪽 중산간 돌무더기 황무지를 조금씩 사들이기 시작해 물도 전기도 없는 버려진 땅에 자그마한 농장과 정원을 꾸민 것이 여기까지 왔다. 당시 전국적으로 새마을운동이 활기를 띠었고 성 원장은 이곳을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일했다. 하지만 돌밭을 갈고 일구는 성 원장을 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저 두루외! 낭이 밥 멕여주나(저 미친 놈! 나무가 밥 먹여주나)"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묵묵하게 농장을 만들고 가축을 키우는 그의 고집스런 노력에 주위 사람들도 결국 감명을 받게 됐고 농장 일을 거드는 이들도 하나 둘씩 생기게 됐다고 한다. 정원 공사 도중 8차례나 큰 부상을 입었고 4차례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그의 몸은 한 곳도 성한 데가 없다. 손 마디마디는 딱딱하게 굳었고 너덜너덜한 모자와 낡은 갈옷(감즙으로 염색한 제주도 민속의상)은 땀에 절었다. 그렇게 지내온 시간들을 밑거름으로 30여만㎡에 100여 종의 교목(喬木)과 2,000여 종의 분재를 가꿨다. 압축된 자연미를 통해 최근 세계 7개 자연경관에 선정된 아름다운 섬 제주에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정원이 들어선 것이다. 1995년 방문한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 제주도의 한 농부가 정부 지원도 없이 개척해서 이뤄놓은 것을 모두들 가서 보고 배우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8년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도 이 곳을 찾았으며 덕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 뿐만 아니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정원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천국의 한 조각을 이곳에 만들어내신 것에 축하를 드린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원 전문가, 조경학 교수, 분재 전문가, 생물학자, 식물학자 등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는 정원을 돌아보고 "세계 곳곳을 다녀봤지만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정원"이라며 성 원장을 포옹했다고 한다. 성 원장은 말한다. "생각하는 정원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평화'입니다. 세상의 풍파에서 벗어나 고요와 사색의 정원으로 들어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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