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 오는 2007년은 4.8%로 전망. 경기회복이 최소한 2007년까지 지속(한국은행).’ ‘내년 경제 성장률은 수출과 소비의 동반 성장 덕에 상반기 4.7%, 하반기 4.9%로 올해(3.8%)보다 높다(삼성경제연구소).’
요즘 기자가 가장 믿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경기전망 보고서’다.
경제 전문가들이 각종 경제 관련 지표를 분석해 만든 보고서에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유는 거창한 데 있지 않다. 보고서는 점점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지만 주위에는 “살기 어렵다”며 미간을 찌푸리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반월공단 내 인쇄회로기판업체의 한 관계자.
연말 경기를 묻자 “지난해보다 못하다”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유인즉 “예전에는 경기가 나아질 거라는 희망적인 분위기가 돌았지만 지금은 그런 거마저 없다”는 것. “힘들다” “도산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날씨만큼이나 썰렁한 공단 분위기를 전했다.
며칠 전 귀갓길에 잡아탄 택시를 운전하는 P씨도 “요즘 술손님 많냐”고 슬며시 운을 떼자마자 “딴 나라 얘기하냐”며 언성부터 높였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가구 업체를 운영하다 부도를 맞고 3년째 택시를 몰고 있지만 올해가 가장 힘들다는 푸념이었다.
그는 “뉴스에서 경기가 살아난다는데 뭘 모르는 소리”라며 “연말이지만 밤9시만 되면 서둘러 귀가하는 사람만 있을 뿐 돈되는 손님은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전망 보고서가 ‘엉터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보고서가 기자를 포함해 많은 시민들이 느끼는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사실이다. 특히 경제전망을 기초로 거시정책이 운영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전망과 현실’과의 괴리에 따른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때로는 전문가들이 복잡한 데이터와 자료에서 뽑아낸 결론이 일반 시민들의 표정에서 경기를 판단하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연말 경기는 물론 내년 전망도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인 것 같다. 정책 입안자들이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