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치권과 히딩크식 개혁

'오늘 스페인을 제물삼아 4강으로 가자.' 한반도가 온통 월드컵 승전보 얘기 뿐이다. 지난 18일 밤 이탈리아전을 승리로, 거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지 불과 1년6개월 만에 온국민이 염원하던 월드컵 16강을 넘어 마침내 8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이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고 우스개 얘기지만 그를 대통령으로 영입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이런 한국 축구의 업적이 바로 각 분야에 접목될 것처럼 우리들은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와 한국 정치와의 접목은 아직 요원한 것 같다. 아무리 우스개 얘기라지만 왜 대통령 후보까지 외국인을 영입해야 할 지경까지 왔는지 우리 정치 지도자들, 특히 각 당 대통령 후보는 되새겨봐야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히딩크 감독의 과학적인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이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연ㆍ혈연에 얽매이지 않은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라는 정치적 격언을 몸소 실천했기 때문이다. 학연 등을 끊어낸 일은 물론 히딩크가 외국인이었기에 가능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보이지 않은 압박을 이겨내면서 개혁의지를 실천한 히딩크 감독의 소신이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어떤가. 연고나 정실에 구애 받고 충성도를 앞세워 줄세우기를 해대니 당연히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됐던 것이다. 이탈리아전 길거리 응원단이 424만명이 된 반면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이 48%선에 머문 것은 이를 반증하고도 남는다. 그것도 우리의 길거리 응원단은 동원된 것이 아닌 자발적인 형태다. 그러나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나 기권률이 52%나 돼 투표자의 반수 정도는 동원된 비자발적 형태의 유권자로 보인다. 낮은 투표율을 월드컵 열기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민주주의는 자유선거를 통한 국민의 선택을 자양분으로 자라나는 식물과 같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감동과 흥분이라는 자양분이 없어 국민들이 선거자체를 등졌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에서 제1당이 되거나 한번 당선되면 초심을 잃고 민생보다는 이권 챙기기 일쑤인 정치권은 감동 드라마의 한국 축구를 선생으로 모셔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오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스페인전을 광주경기장에서 관람ㆍ응원하고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모처에서 응원한다고 한다. 과연 이들이 한국 선수를 응원할 때 무엇을 생각하고, 특히 오늘날의 한국 축구를 있게 한 히딩크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묻고 싶다. 히딩크호의 한국 축구가 우리에게 보여준 개혁의 진수를 소화시키는 게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아닌가 싶다. 양정록<정치부>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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