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노총 위원장의 반성과 쓴 소리
한국노총이 어제로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다. 세상 이치를 충분히 깨달아 조화롭고 원숙한 역할을 해야 할 나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노동운동은 건전한 노동운동과 거리가 멀고 국민들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 등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노사정의 새로운 자세와 역할을 주문한 것은 충분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그는 노동계의 반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경제구조와 환경이 크게 변했는데도 노동계는 전근대적 사고와 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강경투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조도 이제 산업의 변화 속도를 읽고 받아들여 미래를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번 옳은 지적이다. 노조 지도부의 채용장사ㆍ이권개입 등 비리, 대기업 정규직들이 비정규직 보호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옹호 방편으로 삼아 대화와 타협보다 파업 등 강경투쟁을 앞세우고 있는 게 지금 실정 아닌가. 노동계는 이제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하나라는 인식과 자세를 갖고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과 정부에 대한 이 위원장의 쓴 소리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기업과 정부가 파괴적 노동운동을 비판하면서도 뒤로는 거기에 아부하는 비겁한 자세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건전한 노조운동을 가로막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의 위협이 무서워 겉으로는 원칙대응을 밝히면서도 이면으로는 무리한 요구사항을 들어주고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타당성 있는 이야기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이런 이중적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노조의 불법파업 등 강경투쟁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정부는 노사문제는 원칙적으로 노사 자율에 맡겨놓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
노사 양쪽, 더 나아가 국가 경제를 위해 우리 노동운동과 노사관계의 선진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정, 특히 노동계의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노총이 이런 변화의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한다.
입력시간 : 2006/03/10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