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 연령이 60~74세인 고령 가구 중 71%에 해당하는 180만가구는 자녀 도움 없이는 홀로 생활이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공적연금이나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노후에'적정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은 12일 '대한민국, 은퇴하기 어렵다'라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원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이용, 분석해 본 결과 보유 자산을 처분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 가능한 고령 가구는 약 30%에 불과했다.
보유 자산 평균(2억6,000만원)은 필요 자산 평균(2억5,000만원)보다 조금 많았지만 평균이 아닌 개별 가구 수준에서 비교해보면 보유 자산이 부족한 가구가 더 많았다. '최소 생활비' 기준으로도 자산 부족 가구는 151만가구(59%)에 해당됐다.
자산 부족은 1인 가구에서 더욱 심각했다. 보유자산으로 적정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인 부부 가구에 비해 훨씬 높은 83%였다.
또한 '노인가구(가구주가 65세 이상이며 18세 이상 65세 미만인 가구원이 없는 가구)'의 평균소득 중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령층은 일 또는 자녀의 지원에 의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노년의 주요 생활비 원천인 자녀로부터의 지원은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2000년대 후반 들어 '노인가구' 의 사적 이전소득이 급격히 감소 추세다. 노인가구에 대한 사적 이전(가구 간 이전)의 평균값은 2000년대 전반에는 월 30만원 내외였으나 2012년에는 2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공적연금, 자녀로부터의 지원, 보유 자산 등으로 노후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는 고령자는 스스로 일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 나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한된 상황이다.
2012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65~74세 임금근로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단순노무종사자가 72.3%(약 44만명)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류상윤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령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일을 하지 않거나 자녀의 지원 없이 보유 자산만으로는 노후 생활을 꾸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며 "우리나라가 왜 '은퇴하기 어려운 나라'인가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