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석유류/툭하면 인상… 소비자 등휜다

◎휘발유 ℓ당 세금 552원 원가의 2.5배 달해/대중교통비·상품값 상승 등 인플레 부채질정부는 에너지절약의 방안으로 고유가 정책을 펴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격을 크게 올려 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해말 교통세 신설과 특소세인상을 통해 석유류 가격을 일제히 인상한데 이어 지난달에 또 한차례 석유류에 대한 세금을 크게 올렸다. 이에따라 석유류값은 지난해에 비해 28.6%가 올랐다. 이에따라 석유류값은 지난해에 비해 28.6%가 올랐다. 인상전에 2만원이면 소형차의 기름탱크를 가득 채웠던 것이 이제는 1만원짜리 한 장을 더 주어도 탱크를 채우지 못할 정도가 됐다. 그 결과 석유류에 대한 세금은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결과를 낳고 있다. 소비자가격이 리터당 8백35원인 휘발유를 기준으로 할 때 교통세가 4백14원, 부가가치세 76원, 교육세 62원 등 소비자가격의 68%에 해당하는 5백52원이 세금이다. 이는 휘발유 1리터의 원가(공장도 가격)가 2백22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원가의 3배 가까이를 세금으로 지출되는 꼴이된다. 등유와 경유도 마찬가지다. 산업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경유는 리터당 소비자 가격 3백68원 가운데 세금이 88.66원으로 24.9%를 차지하고 있다. 등유는 소비자가격 3백70원중 78원으로 21%가 세금이다. 고유가 정책의 근본취지는 세금을 올려 석유류 값을 높임으로써 소비를 줄여 보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무역적자의 주범인 에너지 수입을 줄여 보자는 의도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인구는 세계 25위, 경제규모는 세계 11위인데 비해 에너지 소비는 세계 6위, 에너지 소비증가율은 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같은 정책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더욱이 소득에 비해 씀씀이가 헤픈 우리 국민들의 과소비 행태는 고유가 정책을 통해서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우선 국내 산업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근본적으로 화석에너지와 밀착되어 있고 가정 및 상업부문에서 석유류는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제조업의 약 40%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기초소재산업이며 이 부문이 제조업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70% 이상을 소비하고 있다. 단위 생산액당 에너지 소비량은 일본의 2배에 이를 정도로 에너지 이용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을 갑작스럽게 올려놓을 경우 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산업체들의 원가상승과 함께 경쟁력 약화라는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재계는 현재와 같은 고비용 구조하에서 휘발유 및 경유의 세금인상은 물류비를 비롯한 생산원가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세금의 수준을 적절히 유지하거나 걷어들인 세금은 기업의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부문에 투자해야 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인상을 통해 소비를 줄이겠다는 발상도 문제가 있다. 즉 이미 석유류는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세금(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가계에 부담만을 가중시킨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이런 논리는 그야말로 조세편의주의의 단견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휘발유값이 오르면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고, 또 경유와 등유와 같은 산업용 에너지값이 오르면 이를 사용해 생산되는 제품값이 올라 결국 전반적인 인플레를 유발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 안게 될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고유가정책이 에너지 소비절약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으로 자가용 운행을 대체할 수 있는 값싸고 질 좋은 대중교통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외국과의 단순비교를 통해 국내 석유류 제품값이 낮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휘발유에 대한 세금의 경우 미국, 대만은 국내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일본은 우리나라의 77%수준이다. 반면 프랑스(1백40%), 독일(1백17%), 영국(1백22%) 등 선진국들은 국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소득수준이 국내보다 높은데다 지하철 등 대중 교통수단이 발달해 있고 난방 등에서도 등·경유 의존도가 낮은 점 등 제반여건이 ㄹ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간과한 채 단순히 가격만을 비교하는 것은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석유류에 대한 높은 세금은 국내 여건을 감안해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업계와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높은 세율을 유지할 경우 세금부과에 따른 조성 재원의 용도도 분명히 해 교통대책과 사회간접자본 확충, 에너지 절약을 위한 투자 등에 집중 투자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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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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