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5%성장·3%물가 가능할까] 경제버블 심화 가능성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초점 맞춰야"<br>세계경제 성장속도 예상보다 빨라 수요압력 높아져 물가 악영향 우려<br>경기회복 수혜 수출·대기업에 집중… 서민·내수는 공급인플레 겪을수도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조찬강연회에 참석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경제의 흐름에 대해서 강연을 하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재기자


연초부터 불거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까지의 물가불안 우려가 신흥국의 수요압력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바탕을 뒀지만 점차 미국 등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의 볼륨이 커지는 데 따른 보다 근본적인 물가불안 압력이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때문에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해 '5% 성장, 3%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의지와 무관하게 성장 목표는 달성하고 물가는 전망치를 훨씬 벗어나는 수준의 오름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의 버블이 심화되면서 내년 이후 그 부작용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성장도 중요하지만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임경묵 연구원은 "물가가 서민에게 훨씬 민감하다. 서민들에게 생필품 가격 상승은 직접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라며 "성장률보다는 물가를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역시 "성장보다 물가에 주력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성장세 완전히 달라졌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 안정이 관심인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급압력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GDP갭(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 간 차이)이 플러스로 돌아선 데 따른 수요압력, 경기확장에 따른 경제활동인구의 기대심리 등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이 2.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2%로 전망했지만 최근 완전히 달라져 3.5%는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당초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4.5%)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다.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높여야 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의 성장을 하느냐가 중요해 좀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서는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걱정거리를 더 크게 안은 셈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빠른 성장에 따른 총수요압력 증가로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률ㆍ물가 동시상승 현실화되나=김 총재 전망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 신흥 개발도상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선진국의 더블딥 우려가 가시고 회복세가 가시화된다면 수요압력과 공급압력 모두 커지게 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확대로 이어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신흥국 인플레이션이 커지고 선진국들도 인플레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결국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공급 사이드와 성장지속 및 소득확대에 따른 수요 사이드의 압력이 모두 높아지고 있다"며 "정책 포커스가 물가안정에 맞춰져 있지만 성장이 높아지면 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물가급등 부작용 커=경제 사이즈가 커져 소득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물가가 자연스럽게 오르는 것은 경기의 선순환 구조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압력의 열매는 대기업 및 일부 수출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난 10여년간 계속된 미국의 호황기 동안 수출 대기업과 내수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문제는 일반 서민들과 내수 쪽은 이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원자재가 상승에 따른 공급 인플레이션의 피해만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까지의 물가상승이 원자재 가격 오름세에 따른 공급 쪽 탓이 컸고 실제 정부의 물가정책도 개별 품목 물가를 잡는 미시적 정책으로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진국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으로 물가가 오르게 될 경우 미시적 정책은 물론 금리인상도 별 무소용일 가능성이 높다. 수출증가로 국내 통화량의 증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상승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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