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원칙에 위배해 금융기관 임직원의 뇌물 사건을 가중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그동안 금융기관 종사자에 적용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 같은 특별법이 위헌 판단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재판부 전원재판부(주심 주선회 재판관)는 30일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가중처벌토록 한 특경가법 관련 조항은 형벌체계상 균형성을 상실해 다른 범죄와의 관계에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특경가법 5조 4항은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일 때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5,000만원 이상일 때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금융계 종사자의 뇌물사건을 엄중히 벌한다는 취지아래 특경가법을 만들었지만 형량이 너무 높아 실제 재판에서는 작량감경 등 정상참작을 통해 규정된 것보다 낮은 처벌을 받기 일쑤여서 현실과 괴리돼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사건 재판들은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중단되거나 형법상 수뢰죄 등을 적용하는 방향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특별형법도 마찬가지다. 특경가법 관련 규정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행위자의 책임, 범죄예방효과 등에 비춰 전체 형벌체계상 지나치게 가혹해 과잉입법 금지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