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민 용서 못 받아도 좋다”/정태수씨 오만한 답변들

◎“은행대출 날 믿고 준 것/여론 너무 음지만 본다”『철저히 우롱당한 기분이다.』 7일 한보사태 국회청문회에서 정태수씨의 증언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정씨의 「자물통」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정태수 리스트」 등 핵심적인 의혹부분에 대한 의원들의 심문에 그는 『재판과 관련된 사항은 말할 수 없다』 『기억이 안 난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심지어 『검찰신문조서에 도장을 찍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답변태도에 의원들은 『묻는게 바보』라고 자책할 뿐 이었고,하느님과 부처님 심지어 사별한 전부인앞에 솔직하라고 『애원』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그는 은행대출과 관련한 외압 유무에 대한 물음에 『나와 담보가치와 사업성을 믿고 은행이 대출해준 것』이라고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한보철강을 계속해서 맡으면 10개월 내에 정상가동시킬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정씨는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국민의 용서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추궁에 『용서받지 못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회의 이상수의원이 당진제철소 사업비가 부풀려진 것과 관련, 『이자율 을 6%정도로 보면 사업비중 1조5천억원의 이자는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정씨는 『이자율 6%라면 사업은 다 성공한다』며 되레 큰소리쳤다. 또 한보부도 원인에 대해서는 『첫번째는 자금관리를 제대로 못한 나의 불찰』이라면서도 『그 다음은 시설자금 8천억원을 주다가 안 줬다. 어린애가 크는데 젖주다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특히 부도 직전에 임창렬 재경원차관에게 『한보는 시설중인 회사이기 때문에 부도를 내면 사람으로 치면 생니를 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생니를 빼 부작용이 나면 몸 전체가 망한다고 했다』고 진술, 한보사태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 자민련의 이인구 의원이 『지금 억울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그냥 흘러가고 있다』고 알듯 모를듯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눈을 내리깐 채 대답에 나서 의원들로부터 수차 『눈을 뜨고 대답하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다. 심문 도중 그는 『여론이 한보를 너무 음지쪽에서만 본다』고 불만을 토로한 뒤 한보의 사회적 기여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하다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자세를 지켜본 시민들은 『누가 누구를 심문하는 것인지, 이것이 청문회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권구찬·오현환> ◎시민 반응/“「정치쇼」 느낌 지울 수 없어” ▲이근식 경실련상임집행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이번 청문회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가 너무 실망스럽다. 청문회의 한계가 다시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별검사제 도입을 통해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권기현씨(35·나드리코티 화장품 과장)=한마디로 정치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을 파헤치기보다는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청문회 첫날 정태수씨가 보여준 것처럼 이후에 등장하는 증인들도 역시 하나같이 부인하거나 모른다, 기억이 없다로 일관할 것이고 의원들도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날카롭고 집요한 질문과 명백한 증거보다는 시중에 떠도는 의혹들에 대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의 질문에 머물게 뻔하다. ▲남봉숙씨(31·주부)=이미 정태수리스트에 여야 정치인 등이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이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 지도 모를 진실을 청문회에서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청문회는 진실 규명도 중요하지만 차제에 정경유착이라는 말조차 나올 수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연성주·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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