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황금물결 춤추는 대지로 가자

김제 '지평선 축제'…우마차여행등 농경생활 체험행사빌딩 숲이 빽빽한 도시, 숨이 막힌다. 움츠린 가슴은 탁 트인 대지로 달려가 마음껏 고함치고 드넓은 벌판을 뛰어도 보고 싶지만, 국토의 70% 이상인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그런 곳을 만나기란 어렵다. 지평선. 전북 김제에 가면 하늘과 땅이 맞닿는 지평선을 볼 수 있다. 저 끝을 눈밖에 감추어 둔 아득한 들녘, 추수 철을 맞아 누런 벼들이 황금 물결로 춤추는 지평선에 서면, 시선은 멈출 곳이 없다. 땅은 하늘과 서로 만나 무한의 세계로 내닫는다. 보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주저 없이 논둑 길로 뛰어들자. 우마차를 타고 콧노래를 부르며 가을 날 서정에 흠뻑 취해보면 또 어떨까. 가다가 힘겨우면 고개 숙인 벼 이삭도 쓰다듬고, 허수아비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자. 상상만으로도 이 가을은 마음까지 풍년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음 직한 '징개멍개 외야미'라는 말은 '김제ㆍ만경의 너른 들'을 뜻하는 이 지역 사투리이다. 이처럼 김제평야는 예로부터 호남평야 최대의 곡창으로 이름이 높았다. 7,000만평의 논에서 생산되는 쌀은 전국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시ㆍ군 단위로 국내 최대이며, 강원도 총 산출량보다도 많은 양이다. 곡창으로서의 명성은 멀리 삼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제의 지명은 볏비리국이었고, 백제에 들어서 볏골군으로 부르다가, 신라가 외세의 힘을 빌어 통일을 이룬 후 한자이름인 김제로 바뀌어 그대로 굳어졌다. 국내 최초의 저수지인 벽골제도 백제때 이름인 볏골에서 나온 이름이다. 3.3km의 둑에 둘레가 44km나 되는 벽골제의 장대한 위용은 사라지고, 현재 두 개의 수문 기둥만 남아 1,700년 전 백제문명의 위대함을 웅변하고 있다. 김제시는 벽골제터에 수리민속유물관과 시민공원을 조성해 놓고, 거대한 인공 저수지를 쌓아 화려한 농경문화를 꽃피웠던 백제민들의 업적을 기념하고 있다. 한민족 농경문화의 중심지인 이 곳 벽골제를 중심으로 오는 20~23일 농경축제인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우마차도 타고, 새끼도 꼬고, 허수아비도 직접 만들면서 수 천년 이어온 농경문화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 어른들은 과거 동심을 추억하고, 어린이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음미해 보는 행사이다. 지난해 25만명이 찾고, 올해 50만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지평선 축제'는 나흘간 총 57개의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진다. 주행사장인 벽골제에서 열리는 상설행사들은 대부분 쌀 농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황금벌판을 가로지르는 우마차 여행, 벼베기ㆍ키질 등 농경생활 체험, 허수아비 직접 만들기, 떡메치기와 대장간 체험, 짚을 이용한 새끼꼬기와 가마니 짜기 등 모두가 옛 농촌의 향취가 물씬한 시간들이다. 날짜별 행사도 다채롭다. 20일 전야제에 이어, 21일에는 벽골제 축조에 얽힌 민속놀이인 쌍용놀이(오전11시), 지평선 민속씨름대회(오후1시) 등이 벽골제에서 열리고, 22일 만경대교에서는 망둥어 낚시대회(오후3시)가 벌어진다. 행사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심포항에서 조개 캐기 대회와 갯벌탐사가 진행된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수 년내 바닷물에 잠길 심포 갯벌은 김제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지평선. 밀물과 썰물이 빚어낸 검은 갯벌은 그 너머 서해바다의 수평선이 왜소해 보일 정도로 드넓다. ■ 김제의 얼굴 '지평선쌀' 김제시는 '지평선 축제'의 대표상품으로 '지평선 쌀'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김제는 농경문화의 발상지이며, 비옥한 토질을 갖춘 국내 최고 곡창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변변하게 내세울 쌀이 별로 없었다. "이천쌀 보다 못할게 없다"는 자존심으로 만든 지평선쌀은 일미벼 단일품종으로,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전량을 현지농가와 계약해 재배하고, 이중 김제쌀 생산량의 2%만 엄선해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재배한 지평선쌀은 쌀알에 윤기가 흐르고, 미질이 좋으며, 쌀 특유의 구수한 맛과 찰기가 뛰어난 게 특징. 그런 만큼 일반 쌀보다 가격도 다소 비싼 편이다. 지평선축제와 더불어 태어난 지평선쌀은 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지역 농민들의 경제적 실익도 가져다 주고 있다. 가격 4kg 1만원, 10kg 2만3,000원, 20kg 4만6,000원. 구입문의 김제시청 산업과 (063)540-3491. 김제시청 인터넷 홈페이지(kimje.chonbuk.kr)에서도 구입 가능. ■ 여행메모 ◇교통=<철도>호남선 김제역에서 하차. 시내에서 벽골제까지 5㎞.<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 서전주(하행), 김제(상행) IC에서 김제시내 진입<지평선드라이브>29번국도로 벽골제~죽산~광활면~심포항<현지교통>김제~부량ㆍ화호ㆍ평교ㆍ금강ㆍ상평(11, 12, 13, 39번)방면 시내버스 15분 소요. 1일 60회 (오전 6시5분~오후 9시40분) ◇주변명소= ▦금산사(국보 제62호 미륵전) ▦부안(내변산 국립공원) ▦정읍(내장산 국립공원) ▦익산(미륵사지 석탑) ◇지역특산물= 김제쌀 송순주 심포백합 금산목우촌 금산감식초 팽이버섯 ◇음식=<심포항>싱싱한 활어회와 담백한 백합구이가 먹을 만하다. 연서활어회(063- 543-1900)가 식당 규모도 크고 음식도 깔끔한 편이다.<금산사>일범식당(063-548- 5661) 등 산채백반ㆍ더덕구이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많다. ◇문의= 지평선축제팀 (063)540-3944 또는 인터넷 kimje.chonbuk.kr <사진>김제의 지평선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다. 김제=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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