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인문학자 시각으로 본 동서양의 맛

■18세기의 맛

안대회·이용철 외 22인 지음, 문학동네 펴냄


대부분의 서양요리에 사용되는 버터는 우리의 간장·된장·고추장에 해당하는 중요한 요리 재료다. 교회가 육식을 금하는 사순절·금요일엔 사람들이 '면죄부'를부여하면서까지 찾는 음식이었다. 하지만 불과 500여년 중세 유럽에서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매운 후추가 대세였고 매운 요리일수록 고급음식 대접을 받았다.


후추의 몰락은 역설적으로 공급량이 늘어나고 대중화되면서 찾아왔다. 모두가 쓰는 음식이 되자 상류층이 외면한 것. 17세기 프랑스 엘리트들은 후추 같은 신료(辛料)가 아닌 허브류, 향료(香料)로 옮겨간다. 흔히 생각하듯 식재료의 변화가 사람들의 입맛을 좌우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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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미각'을 키워드로 18세기 문화현상을 파헤친 23편의 글을 모았다. 왜 이 시기일까. 대표 저자이자 저자들이 몸 담고 있는 한국18세기학회의 안대회회장은 이때가 '고급스러운 음식들이 대중화되고 이국적 음식이 세계화되는 시기' '금욕과 절제가 강조되는 분위기를 벗어나 욕망과 소비가 대중화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여기에 문화와 교류, 경제와 사회의 복잡한 세계사를 엮어 동서양의 맛과 이에 얽힌 흥미로운 현상을 인문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봤다. 버터는 물론, 유럽인이 즐겨 홍차에 넣었던 설탕이 사실 사탕수수 농장 노예들의 피와 땀이라던가, 조선시대 절개를 지키기 위해 독성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국을 먹고 자결했다던가, 춘궁기 솔잎으로 만든 구황식을 먹으며 연명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영국에서 싸고 독한 술 '진'을 금지하고 맥주를 권장한 것이 사실은 노동력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흥미롭다 1만8,8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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