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7월 23일]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식 규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변화의 속도를 가장 중요한 경쟁력 요소로 제시했다. 기업은 100마일의 속도로 변화하는데 비정부기구(NGO)는 9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와 관료조직은 25마일, 법과 그에 관련된 기관은 1마일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개인과 기업ㆍ사회ㆍ국가 모두 변화와 혁신을 위해 전력 투구해야만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17일은 제헌절이었다. 올해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돼 일반국민이 무심하게 보냈으나 모든 법령의 기초인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날이다. 제헌절을 맞아 우리나라 법을 통괄하고 있는 이석연 법제처장은 “우리는 현재 법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며 “모든 법령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 폐지할 법령을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 좋은 삶을 위해 수많은 법령이 제정됐으나 그러한 법령들이 이제 우리의 발전적인 삶을 옥죄는 쪽으로 변해버린 것이 현실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법률과 법령이 4,319건, 훈령과 규정이 1만1,275건이나 된다. 1마일의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법과 그와 관련된 기관들이 과연 100마일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업의 걸림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제거할지 법제처장의 뛰어난 솜씨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필자의 기억으로 YS정권 출범 때부터 현재 MB정부까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규제완화와 법령정비가 제일 큰 과제였다. 그러나 일반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규제는 전혀 개선된 것 같지 않다. 1마일로 달려가서는 100마일을 따라잡기는커녕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격차를 줄이는 것은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법령은 지난 40여년에 걸쳐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데 열심히 노력해 선진국 수준에 버금갈 만큼 산업화를 이루고 나니 갑자기 지식정보사회로 변해버린 것이다. 추운 겨울을 지내려고 두꺼운 털외투를 입었는데 갑자기 따뜻한 봄 날씨로 변해버린 것이다. 털외투가 아깝지만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할 때이다. 산업사회의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지식정보사회의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 관련 법령을 조기에 개정하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송 관련 법령은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것으로 디지털로 변해버린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법령 개정을 가속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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