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 개편과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른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사실상의 고리대금업이라 할 수 있는 ‘카드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우리ㆍ롯데ㆍ하나SK카드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실적은 지난 9월 말 현재 19조3,9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지난해 9월 카드론 이용실적(16조1,229억원)에서 20.29%나 상승한 수치다.
신생 카드사일수록 카드론 이용실적을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해 1년 새 카드론 이용실적 취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카드사는 하나SK카드(65.18%), 우리카드(61.64%), KB국민카드(26.96%) 순이었다. 하나SK카드는 2009년 11월에, KB국민카드는 2011년 3월에, 우리카드는 올 4월에 각각 모은행으로부터 분사했다.
기업계 카드사인 삼성ㆍ현대ㆍ롯데카드는 카드론 이용실적이 지난해 9월 대비 각각 6.79%, 9.51%, 19.34% 올라 은행계에 비해 상승폭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실적 중 기업계 카드사들이 차지하는 규모는 9조1,099억원(46.97%)으로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카드론에 의지하는 것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개편에 따른 신용판매 수익성 악화를 카드대출로 보전하기 위함인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ㆍKB국민ㆍ삼성ㆍ현대ㆍ롯데ㆍ하나SK카드 등 6개 전업계 카드사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8,83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1조3,390억원)에 비해 약 34%가량 하락했다.
아울러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돈 되는’ 신용판매보다 ‘돈 안 되는’ 체크카드 이용실적이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요인도 카드론 증대를 부추긴 요인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신용카드 승인금액의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7%를 기록한 반면 체크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5.6%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론 확장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실률이 치솟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론 또한 대출의 일환인 만큼 ‘분자’에 해당하는 절대 취급량이 많아지면 부실률도 덩달아 오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아울러 기업 간 거래를 자사 카드로 결제하게 하는 물대 취급이 제도 변경으로 기존 법인카드 실적에서 기업구매 전용카드 실적으로 분류됨에 따라 부실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물대 실적, 즉 ‘분모’가 줄어들게 돼 기업계 카드사를 중심으로 부실률이 치솟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