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문화산업 20주년, 창조기업으로 거듭나는 CJ] <상> 이재현의 '문화강국 꿈'

식품에서 문화기업으로 '제2 창업'… CJ '1995년 남산선언' 결실

1993년 삼성그룹서 분리 후 기존 식품위주 사업구조 재편

미디어 등 4대 사업군 구축… 문화창조기업으로 변신 성공

"문화혁명으로 세상을 바꾼다"… 이재현 회장 의지 원동력으로

홍콩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왼쪽). CJ오쇼핑의 인도 합작사인 스타CJ 홈쇼핑에서 국내 중소기업 세화피앤씨가 제조한 염색제 '리체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CJ그룹

지난 1995년 4월29일. 대한민국 문화계와 산업계를 놀라게 한 외신이 전해졌다. 종합식품회사 제일제당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10억달러를 투자해 '드림웍스'라는 합작사를 설립한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였다. 그로부터 3일 후인 5월1일 이재현 당시 제일제당 상무는 기자회견을 열고 영상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영상소프트웨어산업 진출을 통해 식품·생활용품 회사에서 벗어나 종합영상그룹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남산 선언'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으며 그의 '대한민국 문화강국의 꿈'이 현실화되고 있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할아버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문화강국에 대한 의지를 이어받아 종합식품기업에서 문화창조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CJ그룹은 문화 불모지이던 대한민국에서 명실공히 한류 열풍의 대표기업으로 우뚝 섰다.

◇식품에서 문화기업 '제2 창업'=1953년 평소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설파해온 이병철 선대회장은 생필품이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해 가격이 비쌌던 설탕 제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고 사명도 제일제당으로 정했다. 이어 제일제당은 밀가루·식용유·조미료·육가공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국민 식생활 개선을 주도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경영을 시작한 뒤 이 회장은 신사업을 구상했다. 제일제당이 그동안 국민의 입을 만족시켰다면 앞으로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비즈니스로 확장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첫 결과물이 바로 '남산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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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식품기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곧 '제2의 창업'을 선포했다. 1996년 제일제당그룹 출범 이후 기존 식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재편해 △식품&식품서비스 △바이오&생명공학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신유통&물류 등 4대 사업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이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 도입(1998년), 39쇼핑(현 CJ오쇼핑) 인수를 통해 홈쇼핑 시장을 개척(1999년)한 후 2002년에는 CJ로 그룹 사명을 바꿨다. 2010년에는 CJ E&M 출범에 이어 이듬해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인수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국내 유일무이한 문화창조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최민수 CJ그룹 홍보팀 부장은 "해외에서 주목 받는 한류 콘텐츠를 통해 국격을 높임으로써 한식과 한국 식문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일상생활에서 확산된 한국 문화를 한류 상품 소비로 연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2012년에는 신유통사업군이 전통적 주력사업이던 식품사업군의 매출을 넘어서며 식품기업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났다.

◇"문화혁명으로 세상을 바꾼다"=이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이 선대회장에게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받았다. '사업보국'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이 회장의 문화 인사이트가 더해지면서 CJ의 문화사업은 더욱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꿈은 전 세계인이 매년 두세 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한두 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한두 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한두 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에서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목전의 수익에 연연하기보다는 문화 콘텐츠의 산업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최고경영자의 소명의식이 오늘날 CJ를 이끌고 있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 결과 CJ는 문화산업의 신역사를 써가며 한류 가치를 높이고 가공할 만한 낙수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도입해 한국 영화산업의 버팀목이 됐고 대기업들이 문화사업에서 철수하던 시절에도 묵묵히 투자를 이어가며 '공동경비구역 JSA' '국제시장' '명량' 등 흥행 작품을 탄생시켰다. 케이블TV 업계가 불황일 때도 Mnet을 인수해 미디어와 음악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Mnet은 K팝의 글로벌 열풍에 큰 역할을 하는 한편 국내 뷰티·패션 중소기업의 수출길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한 관계자는 "CJ의 문화 콘텐츠 사업의 낙수효과는 산정하기 힘들 정도로 글로벌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며 "CJ의 문화혁명이 한류 열풍을 이어가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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