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지거주 친인척 명의 부동산 사면 국내통계엔 안잡혀

[자본 해외유출 규제 '구멍 숭숭']<br>거액 유학ㆍ연수 송금으로 베이징 아파트 구입도<br>국내선 안쓰고 해외서 쓰는 이중구조 심화우려<br>저금리ㆍ증시-부동산 침체도 자본유출 부채질

지난 98년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후 지금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했다고 한국은행에 신고한 건수는 단 한건도 없다. 해외에 있는 한국계 은행 지점에서는 개인이나 기업들의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대출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신고건수가 없는 것은 비거주자 신분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신고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들이 비거주자의 이름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할 경우 국내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외환거래 자유화로 불법 외환거래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은밀하게 빼돌리는 사례는 취재과정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자본유출이 이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또는 편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이나 국세청 등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자금을 집중 관리하므로 자본유출 문제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자산컨설팅회사를 운영 중인 C사장은 “과거에는 환치기나 현지법인을 이용한 불법적인 자금유출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해외송금 등을 이용해 1억~2억원 규모로 자금을 빼돌려 부동산에 편법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의 PB담당자는 “개인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오를 만큼 오른데다 환율이 적정 선을 유지해주면서 더이상 해외에 비해 국내자산의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외환거래 자유화가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해외로 돈을 빼가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거주자들이 자금을 유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내자산을 담보로 국내은행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 현지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키는 것. 이마저 번거롭다면 현지은행에서 직접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한다. 외환은행 캐나다 노스요크 지점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75%에서 최고 90%까지 해준다. 개인들의 외환거래를 제약했던 각종 외환규제가 사라지면서 개인들의 투자도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유학ㆍ연수ㆍ송금 등의 방식으로 편법ㆍ불법적으로 이뤄지는 자금이탈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금융업계의 공론이다. 현재 유학생 한명에게 자유롭게 보낼 수 있는 금액은 연간 10만달러. 물론 더 많은 금액을 보낼 수 있지만 세원노출을 꺼려 대부분 이 정도 규모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국내 통계상 유학자금으로 잡혀 있는 이 돈들이 뒤로는 부동산 구입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교육비로 쓴 것은 증여대상이 아니지만 부동산 매입은 증여세를 별도로 물어야 되기 때문이다. 해외송금으로도 부족한 자금은 현지에서 대출을 받아 해결하기도 한다. 국내자산을 그대로 둔 채 이를 담보로 신규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은 국내은행과 해외은행간 코레스(외국환업무) 제휴를 맺은 곳이면 어디든지 가능하다. 이처럼 국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부동산경기 악화 등 국내에는 더 이상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재외동포 재산반출센터에서 만난 김모(61)씨는 “상가수익이 별로 신통치 않고 자산운용 수익도 예전만 못해서 더 이상 한국에 자산을 둘 메리트가 없어졌다”며 “아예 이번 기회에 모든 자산을 정리해 미국에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은행의 PB부장은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처리한 재외동포 반출자금이 몇 백만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참여정부 들어 분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도 가차없이 자산을 해외로 빼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