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사회적 가치판단과 직결되는 주요 사건을 선별, 공개적인 변론 재판을 열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판결에 반영하는 방안을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추진키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사건을 심리 이전에 각하할 수 있는 상고허가제를 부활, 업무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책법원 전환시도= 대법원은 사회적 정책판단이 요구되는 주요 사건은 변론재판을 열어 소송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법정으로 `초빙`, 의견을 청취하고 그 결과를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는 소송의 이해당사자가 서로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하급심의 재판과 뚜렷이 구별되는 것으로, 사회적 가치판단이 필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심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때문에 대법원의 변론재판 개최는 실무법원에서 정책법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첫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법원이 이처럼 변론재판을 상설화 시키고자 하는 것은 최근의 `대법관 제청파문`을 통해 대법원에게 미국 연방대법원 등 외국의 최고 사법기관처럼 정책적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2층 중앙홀 대법정을 변론재판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원활한 재판진행을 위한 세부적인 규칙도 신설키로 했다.
◇상고허가제 논란 =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한해 2만5,000건 이상의 사건을 다루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처리건수가 수백 건에 불과한 미국 연방대법원과 같은 기능을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상고허가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고를 제한할 경우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최종심 역할은 2심 법원이 맡게 될 수 밖에 없어 1, 2심의 재판 역량도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사법수요자인 국민은 자신의 사건이 충분히 심리되기를 원하는 현실에서 상고허가제의 부활은 헌법이 보장한 `3심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법 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사회적 논란과 반발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도두형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하급심 기능을 강화하지도 않고 상고허가제를 재도입하게 되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심화 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상고허가제=항소심 재판이 끝난 사건의 원고 또는 피고가 상고를 희망할 때 대법원이 원심 판결기록과 상고 이유서를 토대로 상고의 허가 여부를 사전에 결정하는 제도이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