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M&A 과열주의보

주식시장이 인수합병(M&A) 때문에 난리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지분 인수 이후 불거진 M&A 이슈는 불과 한달 사이에 산불처럼 번져 온 증시를 뒤덮고 있다. 당장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외환은행과 LG카드부터 ‘설’만 무성하게 나도는 까르푸에 이르기까지 M&A 열기는 여러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M&A 이슈에 대한 관심은 증권사들이 날마다 쏟아내는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M&A 이슈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는다. 대주주 지분이 낮은 기업, 대주주의 지분 매각계획이 있는 기업,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 등등 증시 전문가들이 M&A 타깃 후보로 제시하는 명단에는 웬만한 국내 대기업 이름이 줄줄이 거론돼 시장의 불길을 부채질한다. 이에 따라 시장도 들썩거리고 있다. 특별한 모멘텀이 없는 장세지만 ‘M&A설’이 나돌거나 누군가 인수 가능성을 제기하기만 하면 그 회사 주가는 어김없이 치솟는다. 포스코가 그랬고, 그에 앞서 샘표가 그랬고, 그밖에도 무수한 회사들이 그랬다. 그런가 하면 현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웬만한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인수설에 휘말린다. 지난달 공모를 통해 수조원의 자본을 확충한 롯데쇼핑의 한 관계자는 “자금 여력 때문인지 요즘에는 시장에 떠도는 인수합병설에 안 걸리는 데가 없다”며 “뜬금없이 걸려오는 확인전화 때문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까르푸 매각설로 한껏 달아오른 유통업계에서는 까르푸를 제외한 4대 할인점이 모두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 M&A 이슈에 휘말린 5대 할인점 가운데 매각 당사자인 까르푸와 월마트는 M&A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무수하게 떠도는 ‘가능성’들이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비밀보장이 협상의 기본 조건인 만큼 실제 극소수의 경영자들이 물밑 협상을 추진 중일 수도 있고 그야말로 해프닝성 루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전혀 사실 무근의 루머가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그런 소문이 수면 위에 현실화되는 사례 역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 깊은 물밑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리그’에 일반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다는 데 있다. 확실한 근거 없는 ‘M&A’ 테마에 부화뇌동하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심’은 필요하되 ‘흥분’은 금물이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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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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