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을 새로 맞은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행보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 정부가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86.8%를 보유하고 있어 이 회사가 바로 국민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의 중요성은 현재 금융산업의 지배구조에 비추어 볼 때 더욱 커진다. 현재 한국 은행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지배율(총자산 기준)은 30%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2~19%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국내 은행권의 외국인 지분율(주식시장을 통한 간접투자 포함)은 38.6%로 최근 5년간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내년 3월 이전에 민영화될 예정으로 있다. 만약 예정대로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또다시 외국계의 손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외국자본의 은행 지배율이 아시아권 최고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그 비율이 더 늘어나게 된다면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금융정책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매각시한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회사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에서 매각해야 제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매각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한 더욱 중요한 이유는 아직 국내 자본이 매입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하지만 매각 시기를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다. 대외신인도와 관계가 있는 데다 재정여건 면에서도 매각의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자본을 움직이는 주체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우리금융지주사의 인수가 국내 금융시장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깊이 인식, 민영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야인시절 추진했던 사모펀드 조성계획을 다른 주체가 이어받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이것은 다른 차원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성사되기 어렵다. 따라서 국내 금융시장 주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중 부동자금과 기업들의 여유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한편 우리금융은 정부가 민영화를 유보하는 취지를 깊이 헤아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미국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를 계기로 국내 금융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