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이슈 분석] 국토부-서울시 재건축 '공공관리제 자율화' 논쟁

"민간에 맡겨 사업 속도" vs "공사비 적정 관리" … 시장 혼선 커져

재개발·재건축 용적률 완화

소형의무비율 폐지 이어 올 들어서만 세번째 충돌

"누구 장단에 맞춰야 하나" 업계 사업추진 애로 가중

결국 피해는 시민 몫으로

재건축 용적률 완화, 소형의무비율 폐지 등을 놓고 의견차이를 보이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 의무 규정을 두고 또다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관리제 적용을 받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는 9월 분양될 예정인 서초구 서초동 우성3차 아파트 전경. /서울경제DB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앙정부 부처로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동일한 법 원칙을 적용하려는 국토부와 지자체의 고유 권한을 활용해 도시계획을 입안하려는 서울시의 입장이 모두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굵직한 사안에서 잇따라 충돌하다 보니 시장 혼선이 가중되고 있어 큰 문제입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주택정책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용적률 완화, 소형의무비율 폐지에 이어 공공관리제도 자율화 논쟁까지 올해에만 굵직한 사안을 두고 세 차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의 연이은 힘겨루기로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면서 사업주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 정책이 바뀌어 심의기준이 달라지면 지금까지 준비해온 사업을 전면 수정해야 하지만 직접적인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주택경기가 침체된 상황인데 어느 장단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서울시 연이은 충돌…왜?=국토부와 서울시의 잇따른 충돌은 현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인 만큼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민간에 자율성을 부여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개발이익환수제 폐지 등 지난해부터 줄곧 이어져온 규제완화 노선에 힘을 보탬으로써 내수경기 진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주택공급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진 시점인 만큼 공공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자세다. 단순히 규제완화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정비사업 수혜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한 규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지난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는 규제를 풀고 민간시장을 활성화해 시장을 띄우려는 방법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반대로 서울시는 개발이익의 공정한 배분, 도시관리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다 보니 계속해서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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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완화, 소형의무비율 두고 첨예한 입장차=규제완화를 두고 벌어진 국토부와 서울시의 입장차이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핵심적인 사안을 두고 논쟁을 낳고 있다. 국토부는 법과 시행령에 근거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지자체에 부여된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결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국토부는 지난 1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을 통해 각 지자체 조례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 법적 상한선까지 재건축 용적률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반면 서울시는 개정된 도정법이 시행됐지만 조례 변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국토부와 서울시의 용적률 기준이 달라 실제 사업 추진시 조합과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1종 200%, 2종 250%, 3종 300%까지 용적률이 허용되지만 서울시 조례의 용적률 상한선은 1종 150%, 2종 200%, 3종 250%로 차이를 보인다.

소형의무비율의 경우 국토부가 재건축 사업시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의무비율을 일선 시도 조례에 위임한 규정을 없애는 초강수를 뒀지만 여전히 서울시는 '심의'라는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상당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법 규정과 서울시 가이드라인의 충돌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공공관리제 자율화 논쟁…3차 충돌 본격화=지난 2010년 서울시가 각 구청에 의무 규정으로 도입한 공공관리제 역시 최근 국토부가 주민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을 내보임으로써 충돌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공관리제는 공공(자치구청장)이 조합 임원의 선출 및 시공사 선정 등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참여해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답보 상태를 보이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민간의 역할을 중시하자는 입장이다. 공공관리제를 적용할 경우 시공사 선정 전까지 공공 재원에 의존해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 대부분의 구역이 자금난을 호소하며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든 사업장에 의무 적용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서울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시공사 지원으로 사업 추진 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하되 투명한 과정을 거치도록 관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각종 부정부패가 발생할 수 있는 정비사업의 현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관리제를 통해 건설사가 임의적으로 평당 공사비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과의 갈등을 예방하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정책관은 "2009년 공공관리제 도입 당시 100개 구역 정도가 재빨리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전수조사를 해보니 30곳 정도만 건설사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었다"며 "단순히 민간 자율에 맡기면 사업진행이 빨라지고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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