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노총 핵심노조 잇단 이탈 '위기감'

투쟁일변도 노선 고수에 현장조직 외면<br>"근본적 변화없으면 이탈 확산은 불가피"

산하 노조들의 잇따른 이탈로 민주노총이 균열의 조짐을 보이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민노총 화섬연맹 산하인 ㈜코오롱 노동조합은 21일 구미공장에서 찬반투표를 벌인 결과 799명의 조합원 중 790명이 투표에 참가(투표율 98.9%), 찬성 754명(찬성률 95.4%)의 압도적인 표차로 상급단체인 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코오롱과 같은 업종인 울산 지역의 대한화섬 노조와 효성 노조도 지난 2002년 민주노총의 노선에 반발,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2004년 10월에는 장기간 파업으로 큰 상처를 입었던 GS칼텍스 노조가 민노총 울타리를 벗어났다. 당시 노조는 “파업사태를 통해 노사상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얻었다”면서 민주노총 탈퇴를 택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사내 비정규직 관련 투쟁 동참을 놓고 민노총과 갈등을 겪은 현대중공업이 민노총 조직에서 빠져나왔다. 올해도 5월 건설업계 최대 노조인 대림산업 건설노조가 민노총 건설산업연맹을 이탈하는 등 정치 투쟁을 우선하는 민노총에 대한 현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민노총 화섬연맹의 마지막 보루격이었던 ㈜코오롱 노조가 탈퇴함에 따라 민노총은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투쟁 기반이었던 강성 노조마저 등을 돌리는 등 민노총이 이처럼 커다란 위기에 직면한 것은 경제ㆍ사회 변화를 도외시한 채 과거와 같은 투쟁 일변도의 노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노총은 올 들어 한달여 만에 한번꼴로 총파업을 벌일 정도로 과격 투쟁에만 매달려왔다. ㈜코오롱 노조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잘돼야 노조활동도 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노조원 사이에 형성된데다 다른 화섬노조가 대부분 탈퇴해 민노총에 남아 있어도 함께할 부분이 없는 여건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노총 주도의 정치 파업에 끌려다닐 경우 직장마저 어렵게 됐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한때 건설업계 최대 노조였던 대림산업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데 그치지 않고 최근 노조 자체를 스스로 해산시킨 것도 극단으로 몰고가는 민노총의 투쟁에 조합원들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노조원들이 노사상생의 신노사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한데다 민노총이 회사 내부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것.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민노총 지도부는 현장의 움직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새겨야 한다”며 “앞으로도 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산하 노조의 이탈은 확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코오롱과 대림산업 노조 모두 사측의 강압적인 탄압에 의해서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으로 자발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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