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 사방서 굉음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 충남 당진군에 있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건설현장에서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파이프 매설작업이 한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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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쾅.’ 지난 24일 충남 당진군에 있는 현대제철을 찾았을 때는 전기로에서 쉼 없이 뿜어져나오는 전기 스파크 소리로 귀가 먹먹했다. 이 전기로 옆으로 아득한 지평선까지 크고 작은 야산을 밀어내고 새로운 부지를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대제철의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소 건설 현장이다.
‘탕 탕 탕’,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땅 속 깊숙이 파이프를 박고 있는 항타기의 파열음이 쉴 새 없이 귓전을 때린다.
27일 착공 1년째를 맞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는 전체 공정의 6%를 마쳤을 뿐인데도 벌써 그 위용이 느껴졌다. 안내를 맡은 이승희 대리는 “매일 보는 현장인데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며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최장 50m의 깊이로 10만여개의 파이프를 박는다는 토목공사 현장을 벗어나 바닷가로 이동하자 대규모 부두공사가 한창이었다. 현대제철은 이미 3만톤과 5만톤급 부두공사를 완료했고 지금은 10만톤과 20만톤급 부두공사를 진행 중이다.
20만톤급 부두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특성을 감안해 선박 접안 안벽이 국내 최대인 33m 높이로 건설된다.
최욱신 당진공장 지원본부장은 “한 개의 무게가 1만5,000톤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 76개가 안벽 축조에 쓰인다”며 “부두 건설에 사용되는 블록 전체 무게는 쏘나타 26만5,000여대와 같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일관제철소의 건설만으로 13조원, 제철소 운영으로 11조원 등 모두 24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한보철강의 부도로 침체됐던 당진군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지난 2003년 11만명이었던 인구는 올 초 13만명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시 승격 기준인 15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는 더욱 늘었다. 97년 437억원에 불과했던 당진군 지방세는 지난해 1,22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현대제철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협씨는 “당진은 과거에 당(唐)나라를 오가는 배가 정박하던 큰 나루(津)라는 뜻의 지명”이라며 “일관제철소가 완공돼 수십만톤급의 배가 오가면 당진이 옛 명성을 되찾지 않겠냐”고 기뻐했다.
포스코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고로(용광로) 설비를 갖추는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가 가동되면 현대제철의 조강생산능력은 현재 1,050만톤에서 1,850만톤으로 확대된다. 고급 철강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이미 시작돼 올 2월 완공된 현대제철연구소에서는 200여명의 연구인력들이 신강종 기술 개발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현대제철의 장기 구상은 3기 고로 건설. 선강 설비를 맡고 있는 김수민 전무는 “일관제철소 완공 후 조업이 정상화되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되면 400만톤 규모의 고로 1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3기까지 갖추게 되면 현대제철은 연산 2,250만톤의 조강생산능력으로 세계 6위의 철강업체로 도약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