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여야, 재벌 담합 은행소유 규제장치 마련키로

여야 정치권이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는 대신 대주주의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한 정부의 은행법 개정방향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다. 이에따라 이번 정기국회때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 쟁점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다만 재벌들이 담합을 하거나 위장계열사, 차명주주 등을 동원, 대주주 자격요건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당정협의나 국회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세심한 보완장치를 마련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국민회의 박광태(朴光泰) 제2정조위원장은 『은행에 주인을 찾아줘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다시 말해 재벌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데까지 가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5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심화된 상태에서 재벌이 은행까지 소유하면 부작용과 시스템 리스크가 너무 크기 문이다. 정부가 은행의 사(私)금고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규제장치를 강구했지만 우리 재벌들은 규제를 피하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 몇개 그룹이 담합하거나 위장 역외펀드·계열사 등을 동원해 은행을 소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朴위원장은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은행이 기업구조조정에 중추적 역할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은행을 소유하도록 한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도 21일 공청회에서 『4%이 지분을 보유한 주주 6인이 담합에 의한 경영권 행사를 시도할 경우 사실상 20~30%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가능성을 인정했다. 朴위원장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방지하면서 책임경영을 달성하려면 금융전업(專業)그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자민련도 정부 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검토를 못한 상태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 제2정조실장은 『대주주 계열의 부채비율이 200%이하여야 대주주가 될 수 있게 하는 등 정부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주인 찾아주기에 그치지 않고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을 수 있는 확실한 규제장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朴위원장은 이어 『주인 찾아주기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금융기관을 합리화하고 정상화시켜 독자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으로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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