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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지영(35 서울시 은평구)씨는 1년에 5~6차례 고향인 전남 여수에 KTX를 타고 내려간다. 김씨는 지난 연말에 업무가 많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이달 초 고향에 가기 위해 온라인으로 열차표를 예매하는 순간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10월 발급된 코레일 할인쿠폰이 유효기간 종료로 소멸된 것이다. 김씨는 정상 금액으로 기차표를 예매한 뒤 씁쓸한 기분을 지우기 어려웠다. 그는 "코레일 측에서 쓰기도 어려운 쿠폰을 발급해 고객을 우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철도 이용객에게 발급하는 할인 쿠폰이 지나치게 짧은 유효기간으로 인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대다수 소멸되고 있다. 코레일은 올 들어 KTX 할인제도를 대다수 없앤 데 이어 할인쿠폰마저 사용이 어렵도록 하는 등 고객 혜택을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5일 코레일에 따르면 할인쿠폰이 처음 선보였던 지난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총 382만9,000여개의 쿠폰이 발행됐다. 이 가운데 유효기간이 만료된 319만5,000여개 쿠폰의 이용률은 32%에 불과했다. 사용된 쿠폰은 103만6,000여개에 그쳤고 215만9,000여개의 쿠폰은 유효기간 종료로 소멸됐다.
코레일은 지난 2013년 비용절감 등을 위해 철도이용객 포인트 적립을 없애고 할인쿠폰 발급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철도 이용객은 누적 이용금액 30만원 마다 10%의 할인 쿠폰을 제공 받는다. 이용금액의 5%를 포인트로 적립하는 기존 방식보다 고객 혜택은 축소됐지만 이용객에게 일정 부분의 혜택이 유지된 셈이다. 하지만 할인쿠폰은 유효기간이 고작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데다 스마트폰 앱에서 사용할 수 없어 대다수 철도 이용객에게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코레일은 올 들어 기업체 계약할인과 KTX 평일·역방향·출입구석 5% 할인 등 각종 할인제도를 없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일궈내면서 올해에도 영업이익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이다. 코레일은 지난 2005년 철도청에서 공기업으로 전환한 이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7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코레일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부 정책을 바꾼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고객에게 환원하기로 한 혜택조차 이용이 어렵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할인쿠폰의 유효기간이 3개월에 불과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유효기간을 연장해야 하고 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측도 할인쿠폰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할인쿠폰 유효기간은 고객 한 명이 평균적으로 적어도 3개월에 1번씩 기차를 이용한다는 통계에 기초해 설정됐다"며 "유효기간이 짧아 할인쿠폰의 이용률이 낮다는 지적이 많아 할인쿠폰의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할인쿠폰을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해 시험 중"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 모바일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