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의존 열연코일 국산화 '철강독립'

[철강신화 지대 - 정치인 박태준]<br>故장상태 동국제강 회장과 우애ㆍ신뢰로 고로합작사업<br>75년 철강협회 발족시켜 업계 공동 대응 터 닦아

"이제 더 이상 제가 (나라나 철강업계ㆍ포스코 경영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청암재단 시상식장에서 만난 고(故)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국내 경제상황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기력이 달려 목소리는 떨렸으나 또렷한 어조로 대답했다. 지난 2004년 자서전 출간 때 국내 철강업계가 처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당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잘 해결할 것이라고 어깨를 토닥거리던 모습과는 판이했다. 더 이상 핵심을 파헤치는 듯한 명쾌한 코멘트를 할 수 없음을 그는 이미 꿰뚫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고 박 명예회장은 비단 포스코뿐 아니라 국내 철강업계의 거목이면서 대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인 인물이다. 또 국내 철강업계의 증인으로 존경을 받아온 경영인이다. 최근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브라질에서 고로 합작사업을 벌인 배경도 박태준 당시 포스코 회장과 지금은 고인이 된 장상태 동국제강 회장 간의 우애와 신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를 세우고 설비를 들여오기 위해 동갑내기인 장 회장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고 일본 신일철 등 경영진과의 만남 주선을 요청하는 등 각별한 우애관계를 다져왔다. 포스코 설립 이후 당시 지병으로 병상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장 회장은 박 회장에게 동국제강에 유능한 경영진을 보내줄 것을 요청, 박 회장은 당시 김동진 포스코 사장을 동국제강 회장으로 천거하는 등 두 회사 간의 의리로 확대됐다. 장 회장이 별세할 때는 박 회장이 철강업계의 산 증인으로서 호상(護喪)을 자청해 상례를 직접 주선하고 보살폈다. 박 회장이 국내 철강업계의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철강업계의 반소재인 열연코일을 일본 수입에만 의존하던 국내 냉연사에 공급해 비로소 철강 독립을 일굴 수 있었던 데 있다. 포스코 설립 당시 박 회장은 철강소재를 만들어 국내에 우선 공급한다고 천명하는 등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처했다. 그는 또 1975년 한국철강협회를 발족시켜 국내 철강업계가 처한 현실을 논의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기구도 설립해 초대 회장으로서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 설립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었고 철강업계의 성장은 곧 국내 산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산업계의 쌀인 철강 독립이야말로 박 명예회장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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