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유로」,「Y2K」…되풀이되는 역사

미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에서『역사는 삼각관계』라고 분석한 바 있다. 패권을 놓고 피 터지게 싸우는 양편의 틈새를 비집고 제3자가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는 것이 역사 과정이라는 의미다.유로화의 등장을 보면서 새삼 폴 케네디의 식견에 무릎을 치게 된다. 사실 2차대전이후 세계의 중심축은 대서양에서 급격하게 태평양으로 기울었다. 특히 미·소 냉전체제가 무너진 후 이런 현상은 가속화했다. 그런 가운데 돌연 유럽이 단일통화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우고 팍스 아메리카나에 맞서 역사의 전면으로 복귀한 것이다. 유로가 세계경제의 기축통화인 미달러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가는 아직 정확히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2002년 전면 실시될 유럽단일통화체제가 21세기의 국제관계를 변화시킬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한다. 벌써 우리는 그 역사적 사건의 파도에 부딪쳐 허우적거리고 있다. 유로화 출범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만보다 결제계좌조차 개설하지 않아 대유럽 교역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조차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기업들에만 떠넘길 사안이겠는가. 마땅히 정부 금융기관 등이 총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할 일이다. 유로화의 성공여부가 몰고 올 장기적인 파급효과 검토는 이와는 또 별개다. 해가 바뀌면서 절감하고 있는 Y2K 문제도 마찬가지. 유로화의 경우를 빼다 박았다. 지난 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99버그 증세」는 결코 단순한 해프닝으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스웨덴 공항의 여권발급 중단이나 싱가포르의 택시 미터기 오작동에 비겨 자위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기는 하나 교육기관을 제외하면 아직 공공부문의 해결실적은 20%를 밑돌고 있다. 기업의 경우 거의 3분의 2가 아직 예산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 경제성장률이 플러스 2~3%에 이를 것이라는 정부나 관변 연구소들의 장밋빛 전망도 Y2K 해결비용을 고려치 않아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흘려들을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디스나 S&P 등 신용평가기관들은 국가나 기업의 신용평가항목에 Y2K문제를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2K문제 대응에 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타날 경우 우리의 외자유치와 국가신용도 제고는 아마 물건너 가고 말 것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고구려·발해의 멸망과 임진왜란, 그리고 한국전쟁과 IMF관리체제를 불러들인 지난해의 외환위기…. 이땅의 역사를 굴절시켰던 마디마디에서는 한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대책부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야 허둥대는 초라한 모습. 단지 주연배우와 무대만 바뀌었을 뿐이다. 역사에서, 특히 실패한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융성한 민족은 없다. [이종환 산업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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