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캠페인 홍보책자에 자사제품 소개비만치료제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로슈가 의사협회와 대국민 비만캠페인을 전개하면서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의료계ㆍ제약업계ㆍ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한국로슈는 의협과 지난 달 말부터 대국민 비만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비만캠프와 비만버스 운행 등 각종 행사비용 명목으로 4억6,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제도 민주화추진운동본부(의민추)는 의협에 공문을 보내 "비만캠페인에 한국로슈가 행사 지원금을 제공한 것은 전체 의사들의 명예에 누가 될 수 있는 만큼 금품내용과 회계처리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의민추는 또 "의협이 만든 비만안내 홍보책자에 후원사의 제품을 소개, 결과적으로 비만치료제 '제니칼'을 광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의협 관계자는 "비만캠페인을 벌이게 된 것은 비만이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아래 비정상적인 다이어트에 따른 피해를 줄여보자는 의도였다"며 "홍보책자에는 행사 후원사 뿐 아니라 다른 경쟁사 제품도 같은 비중으로 소개,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로슈 관계자는 "캠페인 지원액수는 아직 정산이 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캠페인은 의협에서 계획했으며 일부 비만 프로그램 지원 명목으로 4억6,000만원 선에서 후원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모처럼 의협이 국민건강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비만치료제를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고 비만캠페인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제약사측이나 의협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달 한국로슈 관계자를 소환, 의사협회 명의로 나간 일부 신문광고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했다.
박상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