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동 민주화 `십자군` 정책

폴 케네디 교수 `위태로운 제국` WP기고 `제국의 흥망` 등을 쓴 저명한 역사학자 폴 케네디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이라크와 중동 전체를 민주화하겠다는 미국의 주장은 오만하고도 낭만적인 환상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케네디 교수는 20일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기고문 `위태로운 제국`(The Perils of Empireㆍwww.washingtonpost.com)에서 “미국은 1900년대 초 민주화를 명분으로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을 침공했다 실패한 영국의 선례를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현재 이라크의 상황은 86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 영국은 당시 해방자를 자처하며 이라크 영토를 침공했다. 영국은 당시 “독재자가 제거되면 아랍 전체가 옛 명성과 위대함을 되찾고 전세계에 축복이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은 중동 지역에 대한 프랑스, 러시아, 독일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했으며, 석유와 공군 기지 등의 확보에 혈안이 돼 있었다. 현재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당시 지식인들도 정치 지도자들에게 확장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자신들이 아랍인과 유대인을 화해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수 년 만에 이 모든 바람이 낭만적인 환상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수니파와 시아파, 아랍계와 시오니스트의 오랜 갈등은 다시 싹트기 시작했고, 민족주의자와 반 서방 지식인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상수도사업, 조경사업 등 높아진 사회경제적 지수가 이러한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것이다. 미국이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라크에는 여전히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이 남아 있고,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들은 독립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현지 언론과 종교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으며, 인구는 폭증하고 있지만 거리에는 무기력한 젊은 실업자들이 넘쳐난다. 역사가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돼 있다. 따라서 이라크를 민주화하겠다는 `서양 십자군`의 정책이 옳은지, 미국이 소명이라고 주장하는 중동 재편 계획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지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매파 지식인들과 정책가들은 이번이 중동에 서양식 민주주의를 강제로라도 도입하는 기회라고 믿고 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등도 이 작업을 지원하도록 강요받을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 과정에서 미국은 시리아와 이란 등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세계의 석유 공급권은 미국의 손에 들어 가고, 21세기는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계획을 노리고 입맛대로 아랍권을 재편하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영국의 선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간단히 말해 `위대한 서양의 파워`를 자처한 우리는 그 곳에서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 스스로도 민주화를 내세우고 쿠바와 필리핀 등을 접수했지만, 역시 성공적이지 못했다. 앞으로 이라크나 시리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할 근거는 없지 않은가? <정리=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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