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이 종결되면 `세계의 화약고` 중동의 헤게모니는 어디로 갈까.
전문가들은 미국의 의도대로 이라크 전이 끝나면 사우디 아라비아와 터키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이 중동의 헤게모니를 거머쥐게 될 가능성 보다는 전쟁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쿠웨이트, 카타르 등과 이스라엘이 중동에서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최근 이라크 전쟁은 `중동지역의 재편`과 `전통적 우방의 재정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파월 장관의 `전통적 우방 재정비`언급은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 터키 등과 관계 재설정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지난 20년간 미국의 중동정책의 가장 큰 축이었던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지원 아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했던 터키도 이라크 전 지원을 거부하면서 미국의 우방 지위에서 벋어날 기로에 놓여 있다. 터키는 지난 20일 자국의 영공을 미 공군에 개방하기는 했으나, 영토 내 기지 사용은 계속 반대하고 있다.
반면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은 미군 사령부와 대규모 지상군 배치를 허용하는 등 미군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쟁이 미국의 뜻대로 종결 되면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들은 이라크의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담 후세인 축출과 이슬람근본주의 국가인 이란의 약화로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게 된 이스라엘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넓혀 갈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 미 정부 관리들은 후세인 퇴진 후 중동 각국의 정권교체가 이어지고, 그 결과로 이스라엘과 주변국들의 관계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 국무부 관리 출신의 외교문제 전문가인 커티스 존스는 미국의 중동 전략이 서방국가의 헤게모니를 보호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미성향의 국가들을 억압하는 것으로 확대됐다고 지적,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