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월가를 대표하는 8명의 CEO들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와 의원들로부터 난타를 당했다.
미 하원 금융 위원회는 이날 ‘월가 청문회’를 열고 공적자금을 가장 많이 받은 8개 대형은행 CEO를 한자리에 출석시켰다. 공적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금융위기를 초래하고도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은 월가 CEO에 면박까지 줘가며 혹독하게 질책했다.
이들 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무려 1,650억 달러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월가 경영진들은 금융위기를 초래한데 대해 자성의 빛을 보였으나 국민 정서와 달리 공적자금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는 해명에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월가 CEO들은 과도한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을 팽창시켜 금융위기를 초래한 데 대한 질책이 쏟아지자 하나 같이 몸을 바짝 낮췄다.
민주당 소속 마이클 카푸이노 의원은 “국민들은 더 이상 당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나는 단 한푼도 당신네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크스 의원은 “느슨한 대출 기준이 부채 버블을 만들고 이제는 버블이 붕괴해 국민이 고통 받는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존 맥 모건스탠리 CEO는 “금융계 전체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며 “월가가 32배의 과다한 레버리지를 일으킨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며, 송구스럽다”고 책임론을 인정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도 “월가에 몸담은 이래 지금처럼 월가와 국민간의 괴리감이 생긴 적은 없었다”며 “우리는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자성했다.
천문학적인 보너스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공화당 소속 데니스 무어 의원은 8명의 CEO들에게 지난해 연봉과 보너스로 얼마나 받았는지 차례로 물었다. .
바니 프랭크 위원장은 금융위기의 와중인 지난해에도 월가에 180억 달러의 보너스가 뿌려진 사실을 지적한 뒤 “그렇게 많은 보너스를 받지 않으면 점심을 오래 먹지 못하고, 수요일 일찍부터 휴가를 가지 못하냐”고 질책하면서 “왜 그렇게 많은 보너스가 필요하냐”고 따졌다.
이에 대한 CEO의 답변 수위는 다소 엇갈렸다.
존 맥 CEO는 “국민들이 보수 관행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성과급인 보너스 체계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응수했다. 그는 특히 연봉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최고위급은 덜하지만 그 아래 간부들, 특히 유럽 본부 소재 임원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정부 조치에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여론의 눈총을 받았던 전용제트기 구입계획이 잘못된 일이라고 사과한 뒤 “씨티그룹이 흑자를 낼 때까지 연봉을 단 1달러만 받을 것이며 보너스도 받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프랭크 위원장은 보수체계에 대한 월가 CEO의 반론 제기에 “해외 각국 금융기관과 비교한 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