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불펜 앞세워 29년 만의 WS… 만년꼴찌 불명예 딛고 '가을신화'
● '바퀴벌레' 샌프란시스코
이시카와 9회말 끝내기 3점홈런… PS 17경기서 15승 '짝수해 강자'
'가을의 팀' 샌프란시스코와 '기적의 팀' 캔자스시티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왕좌를 다툰다.
샌프란시스코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5차전 AT&T파크 홈경기에서 세인트루이스를 6대3으로 이겼다. 7전4선승제 승부를 4승1패로 마친 샌프란시스코는 22일부터 아메리칸리그 우승팀 캔자스시티와 월드시리즈를 치른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샌프란시스코는 2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캔자스시티는 29년 만의 패권에 도전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별명은 바퀴벌레. 박멸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포스트시즌 17경기에서 15승을 챙기고 있다. 올해도 지구 우승은 LA 다저스에게 내줬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피츠버그를 8대0으로 격파하고 디비전시리즈(8강)에 올랐다. 8강에서는 워싱턴을 3승1패로 눌렀고 4강에서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에 1승1패 뒤 3연승을 거뒀다. 브라이언 사빈 샌프란시스코 단장은 "우리 선수들은 바퀴벌레가 아니었던가"라며 기뻐했다.
이날도 샌프란시스코는 다 죽어가다 살아났다. 2대1로 앞선 4회 초 홈런 2방을 맞고 2대3으로 재역전당한 샌프란시스코는 8회 말 선두타자 마이클 모스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모스는 선발투수 매디슨 범가너의 타석이 돌아오자 브루스 보치 감독이 꺼내 든 대타 카드. 바뀐 투수 팻 네섹의 3구째 슬라이더를 통타해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승부는 다시 원점. 바로 이어진 9회 초에도 바퀴벌레는 2사 만루에 몰려 죽을 뻔했다가 바뀐 투수 제러미 아펠트의 투수 앞 땅볼 유도로 불을 껐다. 위기 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가 왔다. 파블로 산도발과 브랜던 벨트가 각각 안타와 볼넷으로 1사 1·2루를 만든 것이다. 타석에는 7번 타자 트래비스 이시카와. 마이클 와카의 빠른 공 2개를 골라낸 이시카와는 2볼에서 들어온 3구째에도 빠른 공이 들어오자 이번에는 방망이를 돌렸고 타구는 직선타로 오른쪽 펜스를 살짝 넘어갔다. 끝내기 3점 홈런.
일본계 이시카와는 2002년 데뷔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뛴 경기 수가 메이저리그 경험의 2배 이상일 정도로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다. 국내 팬들에게는 지난해 4월 트리플A 경기 때 2루수 이학주에게 치명적인 무릎부상을 입힌 주자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시즌 후 은퇴를 생각했던 이시카와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피츠버그와 계약했다. 피츠버그에서도 쫓겨나 4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뛰며 1루수에서 좌익수로 변신한 이시카와는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잡은 포스트시즌 출전 기회를 '인생역전극'으로 완성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62경기 성적은 타율 0.252에 3홈런. 하지만 이번 NLCS에서 타율 0.385(13타수 5안타)에 7타점을 폭발하며 주인공 대접을 받게 됐다. 보치 감독은 "우리의 구세주"라며 이시카와를 치켜세웠다.
나란히 와일드카드로 마지막 무대까지 살아남은 샌프란시스코와 캔자스시티의 대결은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불펜의 힘으로 포스트시즌 8전 전승을 달린 캔자스시티는 5일의 휴식이 보장돼 계투진의 어깨를 식힐 시간이 많다. 선발투수가 강한 샌프란시스코도 재정비할 시간이 4일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