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3일] 잘못된 복지정책 경제재앙 불러

지난 11월19일 미국 워싱턴 케이토연구소에 이른 아침부터 TV 방송기자들이 몰려와 방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필자는 다른 곳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하루 전 일부러 이곳을 들렀다. 케이토는 미 공공정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며 이와 관련된 주제로 포럼을 주최하는 순수 민간연구소다. 자유시장 원칙을 중요시하는 곳이며 재단이 튼튼해 미국정책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외국 대사관들이 몰려 있는 동네에 있어 행사 때마다 외신 기자들이 금방 달려온다. 유명 석학과 인사들이 발표를 한 그날의 주제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교훈’이었다. 발표자 중 단연 관심을 끈 사람은 92세가 넘은 여성 경제학자 안나 슈워츠였다. 슈워츠는 미국남부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컬럼비아대학과 국가경제연구소(NBER)에서 오랜 연구경력을 쌓은 경제 전문가다.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와 ‘미국의 100년 화폐사’를 공동 집필, 젊었을 때부터 명성을 날렸다. 명성에 맞게 발표내용은 굉장히 도전적이었으며 한동안 미국 정부와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는 2년 전부터 불거진 것으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주택가격의 폭등을 막으려 고금리 정책을 썼더니 비우량 고객들이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게 됐고 이 때문에 서브프라임 은행이 도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에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과 보험사가 줄도산했고 이들은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그러나 슈워츠의 진단은 그게 아니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복지정책 때문이라 했다. 미 정부가 2002년부터 서민들이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는 것이다. 미 재무성과 중앙은행이 저리로 자금을 서브프라임 은행에 대량 제공,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지금처럼 정부가 돈을 풀어 금융기관을 구제하면 미국은 곧 성장은 없이 높은 인플레이션에 당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집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며 이것이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아무리 듣기 좋은 정책이라도 실패해 재정이 바닥나고 경제재앙이 닥쳐오면 결국 가난한 사람이 더 불행해진다. 물고기를 거저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가난한 자를 진정 도와준다는 격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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