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乙에게 대답할 때


"안심하고 한국 경제를 믿고 투자를 확대해달라."


미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경제 설명회(IR)'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이어 한미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 등에서 '북한 리스크'를 뛰어넘은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설명하고 투자를 적극 당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잉 등으로부터 3억8,000만달러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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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점이 '투자'에 찍힌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에서는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기업이 지위를 이용해 협력사나 대리점에 희생을 요구하는 '갑을 관계'에 대한 비판이 번지면서 연일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한편 국회에서도 '을'을 위한 입법을 하겠다며 경제민주화 법안을 주목하고 있다.

같은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주목하는 부분과 국민이 주목하는 부분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 물론 박 대통령은 현재 미국 순방 중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가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경제사절단 조찬 간담회에서조차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 이슈에 관한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 경제사절단은 중소ㆍ중견 기업인들이 상당수 참여하는 만큼 경제민주화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을 찾는 자리로 만들 수도 있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절박하지 않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자 시민사회단체들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토한 말이다. 대선 기간부터 '중소기업 대통령'을 내세우는 등 경제민주화 흐름을 이끌어왔던 박 대통령이 들으면 서운할 수도 있는 말이다. 하지만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 추진에 우려를 표한 이후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4박 6일 동안 이어진 순방을 마치고 10일 귀국하는 박 대통령이 '을'들의 목소리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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