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내 목소리가 정말로 무섭게 들리니?

영화 ‘여고괴담 4:목소리’


늦은 밤 음악실에서 성악연습에 한창인 여고생 영언이 있다. 어디선가 낯선 화음이 들린다. 공포에 질려 뛰쳐나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순간 잠에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다. 단짝 친구 선민이만이 내 목소리가 들린단다. 그녀는 귀신이 됐다.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학교 안을 서럽게 떠돌아야 한다. 98년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여고괴담’ 시리즈가 벌써 네 번째다. 살벌한 입시경쟁, 동성애 등 실제 여고생과 눈높이를 맞추며 관객을 이끌었던 시리즈는 이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공포영화로는 특이하게 인간이 아닌, 귀신의 눈으로 학교와 세상을 본다.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선민은 단짝 친구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단짝 친구를 아껴주던 음악 선생님은 첼로줄에 목을 맨 채 자살했고, 찾지 못했던 친구의 시체는 엘리베이터에서 발견된다. 선민은 사라진 친구가 무서워져 목소리를 외면한다. 그럴수록 친구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변해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서운 귀신이 인간을 잡아먹는 수준의 평범한 공포 수준에서 벗어나려 노력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음을 맞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은 작품 속 인간과 귀신을 같은 영혼을 지닌 객체로 놓는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자랑하는 세심한 여고생의 심리 묘사도 밀도가 여전하다. 순제작비 20억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화면 처리와 사운드의 품질은 관객을 만족시킨다. 여고생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공포 영화에서 기대되는 짜릿한 스릴을 찾을 수 없는 게 조금은 아쉽다. 올 시즌 선보인 공포물 중 ‘가장 안 무서운’ 작품이라는 점은 ‘얼마나 무서운가’가 평가의 척도가 되는 공포물에선 실망감을 안겨준다. 입시경쟁 등 1, 2편에서 보여줬던 여고생들의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이 사라진 채 학교가 배경으로만 남은 것도 ‘여고괴담’ 시리즈가 다소 퇴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1편 조감독이었던 최익형 감독의 데뷔작. 15일 개봉.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