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1부. 중소기업 바로 알자 <4> 편견 없애기 확산을

'중기인 부정적 묘사' TV드라마부터 달라져야<BR>노동착취 이미지 노출 등 사회 전반에 악영향<br>PDㆍ작가ㆍ공무원ㆍ교사 등 중기현장체험프로 참여<br>인식 바꾸는 계기 삼아야

국회 사무처 사무관들이 지난 11일 경기도 양주의 조명전문 업체인 필룩스가 운영하는 조명박물관에서 조명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중소기업중앙회


지난 11일 오전 국회 사무처 등 승진 사무관 입문 교육생 15명이 경기도 양주의 감성조명 전문 제조업체 필룩스를 찾았다. 필룩스가 운영하는 조명박물관에서 조명제품을 세세히 둘러보는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오후에는 한국델켐을 방문해 수년째 진행하고 있는 엔지니어 양성사업 브리핑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델켐은 매년 자사 엔지니어를 협력학교에 파견해 기술을 가르치고 우수 학생에 대해서는 시상도 하며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미래의 고객확보는 물론 기술력을 갖춘 좋은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사무관은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영세한 규모의 사업체만 떠올렸는데 필룩스같이 자체 박물관을 운영하며 조명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국델켐처럼 산학협력에 앞장서는 회사가 있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며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진해온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국가 정책방향과 제도개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무원들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시각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중기중앙회는 2011년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과 함께 예비 사무관들의 중소기업 현장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21명의 신임 사무관들이 2~4명씩 조를 이뤄 휴온스ㆍ동방플랜텍ㆍ로만손 등 116개 중소기업에서 5일간 근무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역동성을 체험한 것은 물론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업 육성정책 등 다양한 문제점을 몸소 깨닫는 기회가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중기중앙회는 향후 인식개선 교육 대상을 입법ㆍ행정부는 물론 사법부까지 확대해 고위공직자들이 중소기업 인식에 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깨닫고 이를 업무에 녹여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중소기업인식개선사업은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공모전이나 진로교육 등을 통해 미래 경제활동의 주역인 학생들과 예비전역자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과 공무원, 교사, 방송국 PD 등 정책결정이나 진로지도,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타인의 인식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군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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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예산과 인력 등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사업 초기에는 후자에 중점을 뒀고 현재는 점차 사업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식개선사업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야는 미디어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 드라마를 보면 대형마트에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직원들은 대형마트 직원의 불합리한 요구를 마다하기는커녕 청소부터 캐셔 업무까지 도맡아 한다. 굳이 한 드라마를 꼽지 않더라도 연일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에서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 부정적인 장면이 매일같이 연출된다.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경영은 물론 영업ㆍ생산 일선에까지 뛰어드는 자랑스러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많지만 이들의 이미지가 근로자를 착취하고 사기행각이나 일삼는 부도덕한 경제인으로 전락한 것 역시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디어를 통한 반복학습은 인식변화로 이어지고 사회통념으로 자리잡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방송국 PD와 작가들이 가장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중기중앙회는 지난해부터 방송국 제작ㆍ편성 PD 등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지난해 방송국 PD들을 초청해 중소기업 관련 사회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한 팸투어를 진행했다"며 "행사에 참석한 PD들 중 상당수가 중소기업을 바로 알릴 수 있는 내용의 기발한 기획안을 공모전에 제출했고 올해는 실제 작품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개선사업에 대한 정치권과 범정부 차원의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불균형ㆍ제도불합리ㆍ거래불공정 등 3불(不) 해소가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일'이라면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손톱 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인식개선사업은 단기적인 정책효과를 달성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중소기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부모와 자식ㆍ손자에게로 이전되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경제민주화는 제도개선과 인식변화의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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