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합의도 법적 효력있다” 1,000억원대 채권투자방식 결정때한국證, 대우證 환매대금 상환소송서 패소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1,000억원대에 달하는 채권투자의 중요 결정사안을 투자를 맡긴 업체와 이를 위탁받은 투신사의 과장급 인사들이 '입'으로만 합의했더라도 법적 효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서상 합의가 없더라도 효력이 인정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문제의 투신사는 1,000억원을 물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유원규 부장판사)는 3일 대우증권 유럽(이하 대우유럽)이 투자목적으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인 '사이베리안 타이거펀드'가 "미상환된 환매대금 8,730만달러를 지급하라"며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을 상대로 낸 환매대금 소송에서 1심과 같이 "피고는 6,333만달러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한투는 97년 대우유럽과 러시아 국채 투자를 협의, 대우유럽에 의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1억달러 규모의 국채 투자를 운용해왔다. 이 과정에서 대우유럽측 장모 과장은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리기 위해 피고측 펀드매니저 정모 과장과 이 사건 투자방식을 간접투자가 아닌 한투에 의한 '직접투자'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구두합의를 맺었다. 그러나 이듬해 8월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 8,73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자 이에 대한 상환책임을 두고 양측은 법적 소송을 벌여왔다. 만약 구두합의 효력을 인정할 경우 한투는 직접투자에 따른 손실금을 대우유럽에 물어야 할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97년 이 사건 투자계약이 직접투자 방식으로 변경될 때는 원고와 피고의 실무급 과장 사이에 구두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며 "피고가 당시 실질적으로 어떠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 등의 정황증거를 고려할 때 피고에게 환매대금을 상환할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투측 변론을 맡은 관계자는 "신탁회사의 일개 과장급 펀드매니저가 단지 구두 약정만으로도 1,000억원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느냐"며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입력시간 : 2005/08/03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