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글로벌 제휴 파트너 재정비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금융위기가 끝난 후 해외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버팀목이 될 파트너와 그렇지 못한 곳을 가려내는 옥석구분 차원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CS자산운용의 합작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 측과의 결별 선언을 계기로 해외 제휴망에 대한 밑그림을 다시 짜고 있다. 우리지주는 당분간 자산운용 분야의 제휴선을 물색하지 않고 선진기법을 가진 해외기관을 매입,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실무적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 이는 우리지주가 CS와 합작한 결과 우리CS자산운용을 통한 CS의 선진금융의 노하우 전수 효과는 미미한 반면 해외 합작사의 판매망이 되는 데 그쳤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인트벤처 형식의 경영은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해져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발 빠른 대응을 해야 하는 투자운용사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지주사의 글로벌전략팀을 해체, 팀 구성원들을 해외 지사 등 다른 부서로 분산시켰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휴 확대 작업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하나지주와 제휴 관계에 있는 스페인계 산탄데르은행이 올해 초 국내 사무소 설립 등을 추진, 양측 간 유대 강화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 역시 내부사정 등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은 남미시장 공략 차원에서는 산탄데르은행과의 기존 제휴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추가적인 제휴 관계 강화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ㆍ하나지주가 이처럼 방어적 차원의 제휴망 손질을 하고 있는 반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보다 공격적으로 글로벌파트너십을 정비하고 있다. KB지주는 국민은행과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의 지속적인 제휴관계를 활용, 투자금융업무와 금융지원, 카드 가맹점 우대서비스 등의 협력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KB지주는 또 2대 주주인 ING와 업무제휴 관계에 있는 중국 공상은행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 역시 자본제휴 관계에 있는 BNP파리바와의 협력 강화로 자산운용 분야의 시너지 경영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신한과 파리바의 협력은 단순히 자본협력의 틀을 벗어나 인력 교류를 통한 선진금융 노하우 전수에까지 이르고 있다"며 "리테일이 강한 신한과 금융상품기획력이 뛰어난 파리바와의 결합을 통해 글로벌시장을 아우르는 특화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