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북정상회담과 대선 전략

정치권에서 ‘안희정 리포트’로 불렸던 지난 2005년 청와대 실무그룹의 보고서 ‘정치지형 변화와 국정운영’에는 임기 말 참여정부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한 흥미로운 언급이 있다. “대외적으로 남북 정상회담 이외에는 이렇다 할 만한 전환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출구는 없음”(18쪽) “초당파 이슈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대통령 정치 복원, 남북대화의 진척과 정상회담의 성과를 바탕으로 (야당에) 공세적으로 협력 요청”(79쪽) 대통령이 ‘안희정 리포트’를 봤는지 알 수 없지만 ‘개헌 논란 유도’ 등 보고서 내용과 대통령의 현실 움직임이 일부 맞아 떨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남북 정상회담도 추가되니 보고서의 위력이 새롭다. 오는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상회담 열흘 전인 8월19일에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있다. 더구나 범여권은 강력한 대선 주자를 탄생시킬 동력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경우 이번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깊이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남북 화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시각은 범여권에서 당연한 것처럼 돼 버렸다. 2004년에는 유력 대선 주자이자 여당 내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 꼽히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던 일이 있다. 요즘에는 한나라당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한반도 평화비전’을 발표, 대북 상호주의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대북 지원과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당내에서도 “열린우리당 정책 발표인 줄 알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갑작스러운 대북정책 기조수정이 결국 12월 대선을 겨냥한 깜짝 변신이란 의심이 든다. 남북 분단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는 아낌없는 성원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남북 문제를 정권 연장차원에서 국내 정치와 연계하는 정략적 접근은 부작용을 일으킬 뿐더러 한반도 평화정착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통일 한국’을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상당수 남북 정치 지도자들이 그동안 ‘분단 특수(特需)’를 누려온 게 아니냐는 지적을 깊이 음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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