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4월 27일] 깜짝 실적의 이면

지난 24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ㆍKT 등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있던 날, 우리나라는 마치 축제의 현장과 같았다. 예상을 웃도는 영업이익 실적에 외신에서도 "깜짝 놀랄만한 성과"라며 치켜세웠다. 이들의 평가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제라도 바로 바닥을 치고 성장세로 전환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토록 호들갑을 떨었던 기업 실적을 한꺼풀만 뒤집어 보자. '한국 IT의 힘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본사 기준으로 판관비가 무려 1조6,000억원이나 줄었고 이중 마케팅 비용은 1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만약 직전 분기와 같은 마케팅 비용을 썼다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6,000억원 이상 적자를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KT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부분 KT가 이번 분기에서 호성적을 거뒀다고 칭찬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실제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않은 결과이다. 만약 KT도 정상적인 마케팅을 했더라면 올해도 열악한 성적표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KT의 호성적은 영업 이익 외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지 않고 모두 줄여나감으로써 얻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한국 IT의 힘'은 영업을 잘해서 영업이익률이 올라갔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출현한 것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헝그리 파이팅' 정신 때문이다. 줄이고 줄이고 또 줄여서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렇게 허리띠만 졸라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경기불황의 끝이 아직 어디까지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짜내기만 할 경우 과연 기업의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판매담당자들은 "마케팅도 미래를 위한 고객투자인데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굶으면서 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불황을 이유로 IT기업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다. R&D를 줄인다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너무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물론 기업들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지금은 생존이 시급한 시기이고 여기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하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는 언제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업 생존을 위해 결코 포기돼서는 안 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있는 먹이를 볼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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