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더니 그간 세상은 많이 변했다.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맞아 많은 기업의 운명이 바뀌었고 많은 사람들도 일자리를 떠나야 했다.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우리는 반성했다. 몸으로 때우는 성장, 외형 위주의 성장에서 벗어나 규제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다행히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정보통신(IT)붐, 부동산붐으로 이어지면서 절박했던 상황을 서서히 잊기 시작했다.
상황은 많이 바뀌었지만 근본적인 체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기본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 뒤돌아보게 하는 10년이었다. 그동안 기업경영의 합리성과 투명성은 눈에 띄게 향상됐고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개혁은 구호만 무성하고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은 제자리 걸음이며 성장률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생물과 마찬가지로 경제도 진화한다.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새로워져야 한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번창하고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을 통해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반성만 하고 실천이 없으면 몰락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진화는 다양성과 적응력에 의해 좌우된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산업화 사회를 지나 정보화 사회, 감성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변화를 통해 강해지고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창조적 모색과 유연한 행동이 중요하다. 산업화 시대에는 표준화한 상품의 대량생산이 중요했다면 미래에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가치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다.
숨 막히는 사막에 스키장을 건설하고 바다에 인공 섬을 만드는 것을 남의 얘기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꿈과 용기로 주목받는 두바이를 그냥 바라만 봐서는 안된다. 우리도 남들이 모방하기 어려운 작품을 남길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건설산업은 상상력과 유연성이 생명이다. 건설사업은 기계적 생산에는 한계가 있고 직관과 상상력, 그리고 섬세한 손길이 요구된다. 건설산업은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고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우리 DNA와 궁합이 맞는 산업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여러 국가에서 우리의 경험을 배우고자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래의 성장동력 산업으로 손색이 없다.
한 단계 진화하는 건설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창의성과 다양성의 토양이 필요하다. 규제와 간섭이 가벼워질 때 창의성과 다양성을 통한 진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믿는다.